주주환원책 ‘법인세 감면’ 추진… 실효성 부족 지적 왜?

홍승해 기자
입력일 2024-03-21 11:20 수정일 2024-03-21 11:21 발행일 2024-03-2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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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밸류업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법인세 감면이라는 당근책을 내놓았다. 늘어난 배당으로 이익을 본 주주에게 배당소득세 부담도 덜어준다. 기업이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자본시장과 투자 활성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지배구조 문제 등 본질 해결은 뒤로한 채 단기 주가 부양 도모에만 쏠려있는 제안들이며,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주주나 기업에만 이익이 쏠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소각해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를 깎아주는 ‘주주환원 확대 기업 세제 지원 방안’ 추진에 나섰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자본시장 선진화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주주가치 제고’, ‘시장 질서 확립’, ‘수요 기반 확충’에 집중해 정책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세제 인센티브 구체화 등 추가 방안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있었다”고 제도 시행 이유에 대해 밝혔다.

앞서 정부는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발표했으나 유명무실하다는 비판만 받았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회사정보를 주주에게 제공하고 주주들과 소통을 잘하는 기업에게 상을 주겠다는 것인데 강제성은 없고 자율에 맡기겠다는 내용만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법인세 감면’ 카드를 꺼냈으나 이 당근책 역시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결국엔 한국 주식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 지배구조를 개혁해 주주환원을 원활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모두 빠져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기존에 제시된 밸류업 세제지원 의지보다는 구체화됐지만 세부적인 방법론이나 수치 등은 아직 물음표라 정부가 제시한 혜택이 실질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배당에 대한 세금을 분리과세로 변경하는 조치가 제대로 시행되면 기업과 투자자에게 유인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 의지가 한단계 구체화된 건 맞지만 세율과 적용 대상 및 시점등을 구체화해야 실효성이 있는 지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배당 소득세 감세 조치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자구책이 아닌 대주주 배만 불려주는 꼼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과 대주주에게 거둬들이는 세금이 줄어들 경우 세수 부족 시 그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며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본질인 지배구조나 불투명한 회계구조 문제를 보지 않고서는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법인세 감면시 투자나 배당이 활성화된다는 발상은 그 효과가 검증된 바가 없다”며 “대기업 입장에서도 자사주를 소각해 기업이 받을 세금 감면 혜택보단 지배구조나 경영권에 미칠 악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이번 조처에 대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좀더 구체적으로 제시된 점에서 증시 역시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은 나오고 있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투자 매력도를 낮췄던 높은 세부담이 완화되면서 자금의 추가 유입을 기대해볼 수 있는 조치인 것은 맞다”며 “법인세와 배당소득세 완화까지 현실화되면 한국의 주요국 증시 대비 낮은 배당성향도 개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이 좀더 구체화되면서 증시에서도 밸류업 수혜주를 중심으로 투심이 모이는 분위기다. 이날 오전 10시50분 현재 KB금융(0.68%), 하나금융지주(2.24%) 신한지주(2.36%) 우리금융지주(1.84%), 삼성생명(1.25%), 삼성화재(5.29%) 등이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홍승해 기자 hae81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