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홍콩ELS 판매사, 자율 배상은 배임과 거리 멀다"…판매사들 자율배상 촉구

홍승해 기자
입력일 2024-03-13 13:18 수정일 2024-03-13 14:18 발행일 2024-03-1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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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감원장, 홍콩 ELS 손실 분쟁조정기준안 관련 발언(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분쟁조정 기준안에 따른 판매사 자율배상에 대해 “배임과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금융 판매사들의 자율배상 추진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분쟁조정 기준안에 따른 자율배상 등으로 판매사의 자산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일회성 이벤트로 문제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금감원장은 13일 한국경제인협회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 금감원장은 그러면서 “홍콩 ELS 등 고난도 상품 관련해 면밀히 감독 행정을 하지 못해 손실을 본 피해자들, 국민들께 고통과 불편을 드려 송구하다”며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해 은행·증권사의 신뢰가 훼손된 점도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제기하는 금융당국의 책임론에 대해 일정부분 인정한 것이다. 

이 금감원장은 “분쟁조정 기준안은 사법 절차로 가지 않아도 이에 준하는 사법적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판례가 인정한 인자를 뽑아 마련해 법률적 근거가 있다”며 “배임 관련 업무를 20년 넘게 했는데 소비자와 부담 나누는 게 배임 이슈에 연결되는 건 먼 얘기”라고 말했다.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 분쟁조정 기준안과 다른 점에 대해서는 “과거에는 최소·최대 배상 비율을 설정해 개별 사안보다는 신속한 조정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기준안은 법원이 인정하는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손해액 산정과 관련한 인자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DLF는 80∼90% (원금) 손실이 나는 구조라 금융사가 70∼80%를 부담하더라도 개인이 20∼30%는 손실이 나는 구조”라며 “(홍콩 ELS는) 원금의 50%가 남아있기 때문에 40∼60% 손실 분담 비중이라고 하면 실제로는 (원금의) 75%가 남아 개인이 부담하는 손실 비율은 20∼30%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금감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불법공매도와 불공정거래에 대해 지속적으로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금감원장은 “불법 공매도 및 주가 조작 등을 통해 부당 이득을 취하는 세력, 무분별한 쏠림 투자를 유도하는 검증되지 않은 허위사실 유포행위, 주주 환원에 충실하지 못한 기업문화 등은 우리 자본시장의 업그레이드를 위해서 극복해야 할 과제”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 증시를 국민의 자산형성 사다리로 만들 수 있도록, 투자자 친화적 자본시장을 조성하고 상장기업들의 주주가치 제고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화에도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의 불법 공매도 엄중 대처의지가 재차 강조됐음에도 토론회에서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제도 필요성 및 방향에 대한 시각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토론에는 ‘밧데리 아저씨’로 불리는 2차전지소재 메이커인 금양 전 임원출신인 박순혁 작가를 비롯해 자본시장 개인투자자들 30여명 및 금융당국과 합계, 업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영상으로 토론회에 참여한 한 외국인 펀드 투자자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 공매도 시장은 선진시장 규제보다 엄격한 수준으로 규제될 것”이라면서 “공매도 금지가 해제되면 코스피는 현재 수준에서 랠리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작가는 “공매도가 가격 발견 기능을 제대로 하려면 공정한 경쟁 환경이 전제돼야 한다”며 “현재 환경은 애널리스트, 헤지펀드 등이 결탁해 있는 구조여서 한국에서는 가격 발견보다 가격 왜곡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도 “현재 공매도는 사회악이자 공공의 적”이라며 “국민 폐해를 막기 위해 실시간 공매도 전산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윤선중 동국대 교수는 “모든 대차거래를 중앙에서 관리하는 안은 어려우니 자체적으로 전산을 관리하고 공매도 주문을 집행하는 증권사에서 차입 물량을 검증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제재와 관련해서는 내부통제 관련 직무 책무도를 활용해 회사에 대한 제재보다 임직원에 대한 제재로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홍승해 기자 hae81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