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에 그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실효성은 ‘글쎄’

홍승해 기자
입력일 2024-02-26 13:16 수정일 2024-02-26 13:20 발행일 2024-02-27 3면
인쇄아이콘
09
한국 증시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 (사진=한국거래소)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주식시장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방안을 26일 발표했으나, 시장에서는 환호보단 실망스럽다는 의견들이 이어지고 있다. 자율성에 기댄 권고 형식에 그치는 방안들이라 극적인 효과를 내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구체적인 방안보다 원론적인 내용에 그칠 뿐만 아니라 계획에만 치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등 금융당국은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1차 세미나’를 열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기업가치 우수 기업에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관련 지수 및 상장지수펀드(ETF)를 연내 출시하고, 상장사들이 스스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세워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이날 공개된 정부 지원 방안들에 대해 핵심이 빠졌다며 동력을 잃기 전 추가 정책들을 수립해야한다는 의견들이 이어지고 있다. 다수가 기대한 세제 혜택 등 핵심 지원책들이 부실하고, 투자자 보호 정책, 지배주주 개혁,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일부 강제성을 갖는 정책들이 나올 수도 있다는 시장의 기대감에 한참 못 미치는 ‘맹탕’ 정책이라는 시장의 아쉬움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재 나온 내용들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필요한 구체적 조치들이 모두 빠진 수박 겉 핥기 식 내용에 불과하며 특히 시장에서 기대한 세제지원 부분의 경우 당국에선 과감하겠다고 했으나 직접 세금을 감면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사실상 지원 자체가 약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며 “자발적으로 동참하라고 호소하는 정도에 그치는 정도라 아직까지 재벌에 의해 움직이는 지배구조를 움직이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정책이 효과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기업 이사회의 책임 강화와 중장기적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상장기업의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와 주주환원,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복합적 원인들이 있으며 이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동경증권거래소의 경우 최근 기업들이 중장기에 걸쳐 기업 상황에 맞는 다양한 수익 지표 개선을 권고하고 있다”며 “한국도 기업에 적합한 다양한 투자 지표와 수익 지표를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개선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 역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정책이 어느 정도 강제성을 지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이번 프로그램이 기업 자율에 맡겨지는 권고 형태를 보인다면 차익 매물 출회 등 증시 하방압력 가능성 등 부정적 요소들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처럼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달성을 위한 방안을 강하게 추진할 경우 시장에서 밸류업 기대로 주가가 오른 업종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기업 자율에 맡겨지는 권고 형태의 경우 차익 매물 출회 우려가 있다”며 경고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세제 혜택 등과 관련한 구체성 및 실현 가능성 여부를 살펴봐야겠지만, 이와 별개로 2월 내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만 보고 주가가 달려왔던 것에 대한 매도 물량 출회 가능성도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된 후 ‘실망 매물’ 출회에 코스피도 상승분을 반납하고 있다. 오후 12시56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20.09포인트(-0.75%)내린 2647.61을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2000억원에 가까운 차익 매물을 쏟아냈으나 현재 추가 낙폭은 제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승해 기자 hae81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