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2금융권 PF 충당금 일대일 점검... ‘좀비 사업장’ 본격 정리

홍승해 기자
입력일 2024-01-28 12:24 수정일 2024-01-28 13:04 발행일 2024-01-28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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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전경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내달 결산 검사에 돌입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적립 수준을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PF 사업장의 사업성 평가를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해당 기준에 맞지 않은 충당금 적립 시 일대일 면담을 통해 압박 강도를 높일 예정이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5일 저축은행과 캐피탈, 상호금융 업계 임원들을 불러 PF 리스크 점검 회의를 열었다. 당국은 본 PF 전환이 안 되는 브릿지론에 대해서는 결산 시 예상 손실 100%로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해 달라고 당부했다. 본 PF로 전환된 사업장 중에서도 공사가 지연되거나 분양률이 낮은 경우 과거 경험 손실률 등을 감안해 충당금을 쌓아달라고 주문했다.

저축은행의 경우 일반 대출처럼 분류되는 토지담보대출이 사실상 PF 대출 성격을 지닌 만큼 PF 대출 수준으로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자 유예나 만기 연장을 통해 정상이나 요주의로 분류했던 PF 대출이 대거 고정 이하로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최근 증권업계에도 충당금 적립과 관련해 보수적인 기준을 주문하는 지도 공문을 발송했다.

금감원은 내달부터 본격 진행되는 지난해 말 기준 결산 검사에서 PF 부실 대비 충당금 적립 적정성을 집중 점검한다. 당기순이익이 발생한 금융회사는 원칙적으로 충당금을 최대한 적립하도록 했는데, 이를 회피하고 배당이나 성과급 지급에 우선순위를 둘 경우 엄중 제재도 예고한 상황이다.

금감원은 조만간 부실 사업장 분류 기준과 충당금 적립 방안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충당금 선제 적립을 통해 PF 부실 사업장에 대해서도 정리를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의 PF 연체율은 2022년 말 1.19%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2.42%로 상승했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PF 연체율이 같은 기간 2.05%에서 5.56%로 뛰었다.

그러나 금융사들이 만기 연장을 통해 부실을 이연시키는 방식만 고수하다 보니 PF 구조조정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실제로 상당수 사업장은 금융사의 손실 인식 우려,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등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멈춰선 상태다.

현재 금융당국은 PF 시장의 근본적인 제도 개편에도 착수한 상태다. 기획재정부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부동산 개발 사업 추진 방식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한국개발연구원(KDI)·한국조세재정연구원·국토연구원에 맡겨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연구용역은 올해 상반기 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정부는 부동산 PF 사업자의 자기 책임을 높이는 방향의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다. 시행사들이 토지 매입비부터 대출을 일으켜 수조원대의 부동산 개발 사업에 나서왔는데, 이러한 구조가 부동산 경기 하강기에 금융권과 건설업계 전체에 ’부실 도미노‘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와 관련 “100%에 가까울 정도로 자기 책임이 될 수 있는 상태에서 부동산 개발 시행을 하지 않는 것은 앞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증권사의 PF 관련 순자본비율(NCR) 위험값 산정 체계 개편도 이뤄진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많고, 연체율이 높은 증권사들도 PF 부실의 주요 고리라고 판단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증권업계 PF 대출 잔액은 6조3000억원이다. 연체율은 13.85%로 전 금융업권 중 가장 높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대출에 적용되는 NCR 위험값은 사업장별 단계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에 따라 차등해 적용하고, 지급보증에 대해서는 NCR 위험값을 올리는 방향으로 규제 개선을 검토 중이다.

특히 지급보증에 대한 NCR 위험값이 너무 낮아 그간 증권사가 직접 대출 대신 지급보증으로 쏠린 측면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는 지급보증 안에서도 브릿지론과 본 PF의 리스크가 다른데 동일한 위험값이 적용되고, 브릿지론 중에서도 선순위·후순위 구분 없이 동일한 위험값이 적용된다”며 “앞으로는 경제적 실질에 맞는 위험값을 부여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승해 기자 hae81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