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양도세 종목당 50억 상향조정…시장 일각, 총선용 '시행령 정책'비판

홍승해 기자
입력일 2023-12-21 14:34 수정일 2023-12-21 14:37 발행일 2023-12-2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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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증시에도 정부의 이른바 ‘시행령 정책’이 단행되면서 정부여당이 증시정책을 총선용 카드로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상장주식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종목당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한다고 21일 밝혔다. 새해부터 주식 한 종목에 대해 10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더라도, 보유 금액이 50억원 미만이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이런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오는 2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이다. 조정되는 대주주 기준은 내년 1월 1일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된다.

앞서 여야는 지난해 말 ‘대주주 양도세 완화’와 ‘금융투자소득세 과세’를 오는 2025년까지 2년 유예하는 쪽으로 각각 양보하면서 합의한 바 있다. 그런데 대주주 금액기준을 기재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단행하면서 국회의 입법권을 우회했다. 이를 두고 증권가 안팎에서는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특정 소수만을 위한 실질적인 부자감세에 나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행 소득세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연말 기준 투자자가 주식을 종목당 10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거나 특정종목 지분율이 일정 수준(코스피 1%, 코스닥 2%, 코넥스 4%)을 넘어서면 대주주로 보고, 양도차익의 20~25%를 과세한다. 이 기준을 종목당 50억원으로 올리면 과세대상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기재부는 “이번 조치는 고금리 환경 지속,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 등 자본시장 상황을 고려하고 과세대상 기준회피를 위한 연말 주식매도에 따른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의 ‘큰 손’들은 직접적으로 감세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대주주로 지정되지 않기 위해 과세 기준이 되는 연말 직전에 대주주들의 매물이 쏟아지면서 결과적으로 ‘개미 투자자’들까지 손실을 보는 구조를 차단하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홍승해 기자 hae81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