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랩·신탁 불법 자전거래 등 위법행위 증권사 9곳 적발

최현주 기자
입력일 2023-12-17 16:00 수정일 2023-12-17 16:36 발행일 2023-12-1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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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표지석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채권형 랩·신탁을 운용하면서 불법 자전거래를 하는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위법사항을 대거 적발했다. 당국은 운용상 위법행위로 손실이 발생한 랩·신탁 계좌에 대해 손해배상 절차를 통해 환매를 추진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5월부터 미래에셋·한국투자·KB·NH투자·하나·키움·SK·유진투자·교보증권 등 9개 주요 증권사에 대해 집중 검사를 진행한 결과, 채권형 랩·신탁 업무처리 관련 위법사항 및 리스크관리·내부통제상 문제점이 다수 확인됐다고 17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A증권사는 지난해 7월 이후 다른 증권사와 총 6000여회의 불법 자전거래(연계·교체거래)를 통해 특정고객 계좌의 기업어음(CP)을 다른 고객 계좌로 고가 매도해 50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전가했다. 만기도래 계좌의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일부 운용역이 이 같은 행위를 한 것이다. 관련 혐의자는 9개사에 30명 내외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비정상적인 가격의 거래를 통해 고객에게 손해를 전가한 행위는 업무상 배임소지가 있는 중대 위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주요 혐의사실을 수사당국에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후에 이익을 제공한 행위도 적발됐다. B증권사는 타증권사에 가입한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지난해 11~12월 중 고객 랩·신탁의 CP 등을 고가매수(연계·교체거래) 해주는 방식으로 총 1100억 원 규모의 이익을 제공했다. 시장상황 변동으로 랩·신탁 만기시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워지자 대표이사 등 주요 경영진의 결정 하에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밖에도 고객과의 계약조건(편입자산 잔존만기, 신용등급 등)을 위반하거나, 동일 투자자 랩 계좌간 위법 자전거래를 하는 등의 행위도 적발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검사 결과 확인된 위법행위를 신속히 조치해 랩·신탁 시장질서를 확립하겠다”며 “운용상 위법행위로 손실이 발생한 랩·신탁 계좌에 대해선 객관적인 가격 산정 및 적법한 손해배상 절차 등으로 환매가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최현주 기자 hyunjoo226@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