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스승의 권위

손현석 명예기자
입력일 2023-08-03 13:02 수정일 2023-08-03 13:03 발행일 2023-08-0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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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
손현석 명예기자
손현석 명예기자

사람은 어떤 스승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스승을 만나도 제자들이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갖지 못한다면 그 스승은 제자들의 인생에 아무 영향도 미칠 수가 없다.

학생들은 해마다 스승의 날이 되면 ‘스승의 은혜’라는 노래를 부른다.

이 노래의 첫 부분을 보면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라고 돼 있다.

이 가사는 논어 자한 편 10장에 기록돼 있는 안회(顔回)라는 인물이 쓴 ‘스승의 노래’라는 글에서 따온 것이다.

안회는 중국 춘추시대 노나라 사람으로 공자의 수제자였던 인물이다. 그의 자(字)는 자연(子淵)으로 사람들은 그의 자를 따라 그를 안연 혹은 안자연이라고도 불렀다. 그는 당시 사람들로부터 안자(顔子)라고 높여 불릴 만큼 뛰어난 인물이었다.

안회가 남긴 ‘스승의 노래’를 보면 자기 스승인 공자에 대한 존경심이 얼마나 큰지 알 수가 있다. 안회가 쓴 스승의 노래를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안연이 크게 탄식하며 말하되(顔淵&#21919;然歎曰), 우러러볼수록 더 높아지고(仰之彌高), 뚫어볼수록 더 단단하다(鑽之彌堅). 앞에 계시더니(瞻之在前) 홀연히 뒤에 계시며(忽焉在後), 차근차근 사람을 잘 이끌어 앞으로 나아가게 하시는도다(夫子循循然善誘人). 나의 글을 넓혀주시고(博我以文), 나를 예로 잡아주셨도다(約我以禮). 공부를 그만두려고 해도 그만둘 수가 없어(欲罷不能) 나의 있는 재능을 다하고자 하나(旣竭吾才), 어느새 또 새롭게 우뚝 서 계시는도다(如有所立卓爾). 따르고자 하여도(雖欲從之) 어디서 그 실마리를 잡아야 할꼬(末由也已).”

요즘 초등학교의 한 젊은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그의 죽음의 원인이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학부모의 갑질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스승이 제자를 바르게 양육하기 위해 회초리를 사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그러다보니 간혹 비인격적인 교사들이 자기감정을 앞세우며 학생들을 마구잡이로 폭행하는 경우가 발생해 그런 무지막지한 교사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동복지법이나 학생 인권조례 등을 제정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그런 법이 교권을 추락시키고, 몰지각한 학부모들의 갑질과 학생들의 반항을 불러 일으켜 교사의 권위가 짓밟히고 있다. 이것을 견디지 못한 교사들이 정신질환을 앓거나 심지어는 자기 목숨까지 끊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스승을 존경하는 법을 가르치고, 교사를 자기가 임의로 부릴 수 있는 종이 아니라 스승으로서 대접해야 한다. 또한, 교육행정 당국은 자신들의 무사안일을 위해 교사를 사무원 취급하지 말고 교육자로서 대우해야 한다.

물론 교사 스스로가 스승으로서 존경받을 만큼의 실력과 인품을 갖춰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것이 바로 자기 목숨을 끊으면서까지 이 사회를 향해 던지는 젊은 교사들의 외침일 것이다.

손현석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