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증권사 편법 '채권 돌려막기'기획검사 확대…한투증권 등 5곳 대상

박준형 기자
입력일 2023-07-02 12:45 수정일 2023-07-02 15:33 발행일 2023-07-02 1면
인쇄아이콘
금융감독원 표지석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발 차액결제거래(CFD)검사에 이어 국내 증권사들 대상으로 이른바 ‘채권 돌려막기’ 관행 검사에 주력하고 있다. 두 달여 만에 5개 증권사가 검사 대상에 이름을 올리면서 채권 돌려막기 기획검사가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증권사가 고객의 돈을 맡아 운용하는 자산관리 서비스인 랩어카운트·신탁 운용 실태 점검의 일환으로 현재 한국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금감원이 랩·신탁 시장의 불건전 영업 관행에 대한 기획검사에 나선 지 두 달여 만에 현장검사 대상 증권사는 KB증권, 하나증권, SK증권에 이어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까지 5곳으로 늘면서 증권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5월부터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자전거래와 파킹거래 등 채권 돌려막기 기획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증권사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단기 투자상품인 랩이나 신탁 계좌에 유치한 자금을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일명 ‘미스매칭(만기 불일치)’ 전략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관행으로 자리 잡은 채권 돌려막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금감원은 검사에 더해 증권사 사장단과도 면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주 함용일 자본시장·회계 부문 부원장 주재로 20여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가 예정돼 있다. 함 부원장은 소시에테제네럴(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직후에도 CFD 리스크 관리 강화를 당부하기 위해 증권사 사장단을 소집한 적 있다.

업계에서는 금감원 검사가 증권사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증권사의 랩·신탁 계좌 자전·파킹거래가 여러 증권사와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CFD 검사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편법 혹은 불법적인 채권 돌려막기를 뿌리 뽑기 위해 금감원의 강도 높은 압박이 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금감원은 SG발 사태 이후 지난 두 달여간 진원지로 거론된 CFD 검사에 나섰다. 금감원은 키움증권에 대한 검사에 착수한 이후 하나증권과 교보증권까지 검사 대상을 확대했다. 현재는 3개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끝내고 마지막 정리 작업에 한창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그간의 검사를 통해 비대면 CFD 계좌 개설 시 본인 확인 절차를 생략하고 있는 일부 증권사를 적발했다. 투자 위험을 실제보다 축소해 안내하거나, 상품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안내한 사례도 확인했다. 일부 임직원의 배임 및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도 포착,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증권사 전반에 걸친 CFD의 문제점이 파악된 만큼 다른 증권사에 대한 추가 현장검사는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와관련 “CFD만 계속 할 순 없는 것이고, (채권 돌려막기를) 어떤 식으로 거래했는지 보고 있다”며 “법에서 허용되는 부분인지 아닌지를 봐야 하는데, 우선 현재 진행 중인 현장검사를 처리한 뒤 상황에 따라 검사 확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형 기자 jun89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