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사태’, 금융당국-거래소도 책임있나… 당국, 합동수사 착수

최현주 기자
입력일 2023-05-01 10:27 수정일 2023-05-01 14:37 발행일 2023-05-0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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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SG사태)로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의 주가조작 감시기능에 허점이 드러난 가운데 당국은 뒤늦게 공매도 세력 연루 가능성, 대주주의 사전 인지 여부 등 이번 사태의 불공정 혐의에 대해 공식 수사의 칼을 꺼내 들었다.

시장에서는 ‘SG사태’ 관련 8개 종목의 과도한 상승률 불구하고 한국거래소의 투자 경고가 없었고 금융위원회 등 당국도 사실상 사후 약방문식 수사에 나섰다는 점에서 총체적인 시장 감시기능 부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금융당국의 늑장 대응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에 당국과 거래소가 자유롭지 못하다.

1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검찰과 금융당국이 합동수사팀을 구성하기로 하면서 본격 수사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은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의 수사·조사 인력이 참여하는 합동수사팀을 구성한다고 밝혔다.

매수·매도가를 정해 사고팔며 주가를 띄우는 통정거래가 있었는지를 규명해 내는 게 수사 핵심으로 꼽힌다. 공매도 세력 연루 가능성, 대주주의 사전 인지 여부 등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현재 주가 폭락 전 일부 종목들에 대한 공매도가 급증한 경위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광의 경우 평소 10주 미만이었던 공매도 물량이 폭락 직전인 지난달 19일 4만주 이상 나오는 등 이상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주가가 소폭 반등한 지난달 28일에도 2만여주 공매도 물량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또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폭락 사태 직전 다우데이타 보유 주식을 처분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들여다 볼 계획이다.

김익래 회장은 지난달 20일 시간외매매로 다우데이타 140만주(3.65%)를 주당 4만3245원에 처분해 605억원을 확보했다. 그룹측은 경영권 승계자금 마련을 위해 해당 주식을 판 것에 따른 ‘우연의 일치’라고 해명하고 있다.

서울가스 김영민 회장도 지난달 17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주당 45만6950원에 10만주를 팔았다고 공시했다. 매도 금액은 456억9500만원에 이른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초 언론사 제보 등으로 이번 사건 징후를 처음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SG증권발 폭락 사태 관련 인지 시점에 대해 “제가 들은 건 아주 최근”이라고 말했다. 이들 종목은 지난 1~2년에 걸쳐 주가가 대부분 단순 수급적인 요인으로 과도한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한국거래소의 투자 경고는 없었다. 이 때문에서 당국과 거래소의 주가조작 감시기능의 부실 및 허점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무더기 하한가 사태를 빚은 다올투자증권·다우데이타·대성홀딩스·삼천리·서울가스·선광·세방·하림지주 등은 모두 유동성이 적어 본래 주가 변동성이 그리 크지 않았지만 최근 1~2년 사이에 주가가 4~7배 정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들 중 대성홀딩스 등 몇 몇 종목은 4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폭락하자 초단기 반등을 노린 공격적 매수세의 유입으로 지난달 28일 반등에는 성공했으나 시장의 경계심은 여전히 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8일 삼천리는 전 거래일 대비 2만8500원(22.89%) 오른 15만3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서울가스(13.49%), 세방(11.07%), 다올투자증권(10.43%), 대성홀딩스(8.79%), 다우데이타(5.34%), 하림지주(2.97%), 선광(2.10%) 등 8개종목이 모두 상승 마감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이번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 차액결제거래(CFD) 중단에 나섰다. CFD는 투자자가 직접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분에 대해서만 차액을 결제하는 장외파생계약이다. 최대 2.5배까지 레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다. CFD 거래의 문제점이 지적되자 증권사들은 이 파생상품 신규매매 중단에 나서는 등 불똥 차단에 노력중이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27일 오후 국내 및 해외주식 CFD 서비스 신규 가입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비대면 계좌 개설은 가능하나 지점 계좌개설은 중단한 상태며 신규 서비스 가입은 막아뒀다. 지난달 26일부터는 CFD 신규 매수와 매도를 중단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다음 달 1일부터 CFD신규매매를 중단할 방침이다. 단, 이미 잔고를 보유한 고객에 한해 청산매매는 가능하다. 시장에서는 그룹 회장이 의혹의 한 대상이 된 키움증권이 CFD 관련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도 눈여겨보고 있다.

최현주 기자 hyunjoo226@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