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소중한 숲 화재로부터 지켜야

정운일 명예기자
입력일 2023-03-23 13:24 수정일 2023-03-23 13:25 발행일 2023-03-2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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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
정운일 명예기자
정운일 명예기자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수재(水災) 화재(火災) 풍재(風災) 삼재를 가장 무서운 재앙으로 경계해 왔다. 삼재가 들면 1년간 운수가 좋지 않다고 하여 삼재 부적을 몸에 지니기도 하고, 가정주부가 주도적으로 삼재풀이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무당이나 법사가 주관했다고 하니 얼마나 물, 불, 바람을 무서워했는지 알 수 있다.

요즈음 방송을 보면 불이 나지 않는 날이 하루도 없다. 산 주택 공장 차량 터널 전통시장 가축 사육장 등 예상치 못한 화재로 사망. 사상자가 속출하고 집과 일터를 잃고 절망에 빠진 참혹한 현실을 볼 때마다 미리 대비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올해 들어 산불 발생이 149건으로 예전 평균보다 1.5배 증가했고 한다. 산불에 강풍이 불어 30~50년 가꾸어 놓은 나무들이 숯덩이로 되는 것을 보면 60년대 산림녹화사업을 추진했던 필자의 마음도 까맣게 타들어 간다.

강원도 양양군 낙산사 화재의 기억이 난다. 2005년 4월4일 양양군 강현면 사교리에서 시작된 산불은 간성향교와 주택 200여 호를 태웠다.

이튿날 강풍을 타고 낙산사로 옮겨붙어 송림 원통보전 범종루 홍예문누각 홍련암 연화당 대성문 보물인 낙산사 동종 등 잿더미로 만들었다. 어렵게 복원했지만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 아쉽기만 하다.

60~70년대에는 갈퀴로 낙엽을 긁어 연료로 사용하여 산불이 나도 빠르게 번지지 않았으나, 요즈음은 낙엽이 불쏘시개가 되어 불이 나면 진화하기가 매우 어렵다.

미국 선교사는 산에서 갈퀴질하는 것을 보고 “한국 사람들은 산까지 청소하는 부지런한 사람이다.”라고 우스운 이야기도 전해온다.

1961년 조림 정책을 추진했으나 민둥산이 줄어들지 않자, 1973년 치산녹화 10년 계획을 세워 박정희 대통령이 앞장서고, 온 국민이 나무를 심고 가꾸어 10년 만에 세계에서 녹화사업 모범사례로 기록되는 아름다운 숲을 가지게 되어 자랑스럽다.

이처럼 아름다운 숲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입산할 때 인화성 물질 금지, 불법소각 등을 하지 말아야 하고. 평소에 산불 예방 홍보영상, 마을 방송, 차량 가두 방송 등 산불예방 캠페인을 통해 계도를 해야 한다.

산불을 만나면 이미 타버린 곳, 저지대, 탈것이 없는 바위, 학교 운동장, 도로 쪽으로 대피해야 한다. 전기 차단과 가스 밸브를 잠그고, 안으로 옮겨붙지 못하게 문과 창문을 닫고, 지붕에 물 뿌리고 폭발성이 있는 가스통은 반드시 제거한다. 주민 대피령이 발령되면 안내에 따라 안전한 곳으로 신속히 대피하여 인명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봄철은 기후가 건조하고 강풍까지 겹쳐 불이 새처럼 날아다녀 ‘여우 불’이라고 하여 진화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런 때에는 장대비라도 죽죽 내려 낙엽 수분함유량을 높여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지구 온난화로 지구가 병들어가고 있어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순간에 산불로 30~50년 키워온 숲을 잃은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전 국민이 산불 예방에 앞장서서 아름다운 산림을 지켜야 한다.

정운일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