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AI 목소리'에 속지 마세요

손현석 명예기자
입력일 2023-03-16 14:55 수정일 2023-03-16 14:57 발행일 2023-03-1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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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
손현석 명예기자
손현석 명예기자

사람 중에는 유난히 남의 목소리를 잘 흉내 내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 있다.

개그맨 중에는 그런 재능으로 인기를 끌어 방송 출연 요청이 쇄도하기도 한다.

그런데 남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자칫 나쁜 마음을 품고 남의 목소리로 속여 금품을 요구한다면 어쩌면 속아 넘어갈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다른 사람이 도무지 알아채지 못할 만큼 정교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 금품을 갈취하는 신종 전화사기가 유행하고 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AI다. AI에 음성 복제기능이 있어 남의 목소리를 복제한 후 전화를 걸면 수신자는 실제로 그 목소리의 주인공으로 오인하게 된다. 이것을 화상에 남의 사진을 복사해 만드는 딥 페이크라는 명칭을 본 따 딥 보이스라고 부른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딥 보이스를 이용한 전화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 보도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의 한 은행직원이 대기업 임원의 전화를 받고 거액을 송금했는데, 알고 보니 전화를 건 사람은 대기업 임원이 아니라 AI 딥 보이스로 임원의 목소리를 흉내 낸 전화사기였다고 한다.

얼마 전 캐나다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손자가 급한 목소리로 할머니에게 전화해서 “교통사고로 감옥에 갇혔으니까 빨리 보석금 좀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분명히 손자 목소리인 것을 안 할머니는 조금도 의심 없이 은행으로 가 돈을 찾아 보내려고 했다. 그때 할머니의 행동에 이상한 느낌을 받은 지점장의 기지로 전화사기를 당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 유튜브에서 2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내 딸인 줄 알았는데’라는 제목의 영상이 있다.

영상을 보면 딸이 휴대폰으로 자기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휴대폰을 떨어뜨려 고장났으니까 수리비 80만 원을 빨리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이 나온다. 엄마는 분명히 딸의 목소리로 확신하고는 스피커폰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딸이 ‘엄마!’라고 부르며 집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 휴대폰에서는 여전히 딸의 음성이 들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알고 보니 휴대폰의 목소리는 AI 딥보이스로 딸의 목소리를 흉내 낸 보이스 피싱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AI 딥보이스를 이용한 새로운 전화사기가 기승을 부리자 우리나라 경찰청도 지난해 10월 딥 보이스를 이용한 보이스 피싱을 주의하라는 공익 영상을 내보냈다고 한다.

다행히도 아직은 국내에서 딥 보이스를 활용한 전화사기 피해 발생하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IT 강국인 우리나라에 그런 범죄가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그러므로 딥 보이스를 이용한 전화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인지 기능이 부족한 노인들의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손현석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