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가장 값진 상

손현석 명예기자
입력일 2023-01-05 14:20 수정일 2023-01-05 14:21 발행일 2023-01-0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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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석 명예기자
손현석 명예기자

매년 연말이면 각 방송국에서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각종 시상식을 거행한다. 한 해 동안 인기 있었던 드라마의 출연 배우들, 좋은 노래를 불러 인기를 얻은 가수들 그리고 방송에 출연해서 프로그램이 성공하도록 인지도를 높인 연예인들에게 다양한 상을 준다.

요즘은 우리나라 연예인들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권위 있는 상을 받기도 한다. 한국 출신 그룹 가수인 BTS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다. 심지어는 빌보드 차트 1위까지 오르는 기적과도 같은 결실을 보기도 했다.

영화나 드라마도 그렇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개 부문을 휩쓸었으며,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윤여정 배우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는 꿈과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6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이는 우리나라는 물론 비영어권 국가 드라마로는 최초의 일이라고 한다.

상을 받는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자기의 인지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국가적 위신도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을 받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수도 없이 많은 상을 받지만, 평생 단 한 번도 상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명 MC로 유명한 유재석 씨는 한 번도 받기 어려운 연예대상을 무려 19번이나 수상했다고 한다. 반면에 연예인으로 살면서도 평생 대상은커녕 상 언저리에도 가지 못하는 연예인들도 많다. 이왕이면 상을 받는 것이 상 받지 못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좋다.

하지만 상은 내가 받고 싶다고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은 어떤 사람이 받을 수 있는가?

어떤 사람은 상은 행운이 있어야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배우는 좋은 작품을 만나고, 가수는 좋은 곡을 받아야 인기를 얻고 상도 받을 수 있다. 그것은 그야말로 행운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행운도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 열심히 자기 실력을 쌓아놓은 사람들이 행운이 다가왔을 때 그것을 잡을 수 있다.

윤여정 씨가 그 자신이 배우로서 준비가 안 돼 있다면 미나리라는 작품을 만났어도 그런 연기는 보여줄 수 없었을 것이다. BTS가 아무리 좋은 곡을 받았어도 그 곡을 부를 만한 실력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그들은 세계가 주목하는 가수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실력을 배양해 놓아도 다 행운이 따르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애를 쓰고 노력해도 좋은 기회를 잡지 못해 상 받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아무도 원망할 필요가 없다. 자기 자신이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면 남들은 몰라도 자기 자신은 잘 알고 있으므로 이런 자기에게 스스로가 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수많은 상이 있지만 스스로 자기 공로를 인정해서 주는 상을 받을만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므로 이 상은 남들은 알지 못한다고 해도 자기 자신에게는 아카데미상이나 에미상보다 더 가치 있고 더 귀한 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손현석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