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시니어] 감사와 봉사

손현석 명예기자
입력일 2022-12-15 14:07 수정일 2022-12-15 14:07 발행일 2022-12-1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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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
손현석 명예기자
손현석 명예기자

얼마 전 새해가 시작된 것 같은데 어느새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 연말이다.

우리는 한 해를 시작할 때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그러나 한 해를 마감할 즈음에 뒤돌아보면 과연 올 한 해 동안 복 많이 받고 잘 살았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하지만 지난 일 년 동안의 삶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다수 사람이 힘들고 어려운 날보다는 편안하게 잘 지낸 날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한 해 동안 복 많이 받고 잘산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왜 삶이 힘들고 어렵게만 느껴지는가? 사람은 별문제 없이 편안하게 잘 산 날은 기억에 남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힘들게 산 날보다는 편하게 산 날이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힘들고 어렵게 산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가 살아온 날이 힘들고 어렵게 느껴지면 자기에게 주어진 삶에 감사하는 것도 잊어버린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 너무나 많다.

아직도 못먹어 본 더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도 감사하고, 아직 보지 못한 아름다운 것들을 볼 기회가 남아 있는 것도 감사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도 감사하고, 나로 인해 가족들이 슬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 이렇게 감사할 일이 많은데도 우리는 그만 감사를 잃어버리고 살 때가 많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가? 말로만 하는 감사는 감사가 아니다. 감사는 행동의 표현이 있어야 한다. 감사의 가장 위대한 표현은 봉사다.

올해 데뷔 61주년을 맞은 가수 하춘화가 지난 10월 20일 신영균 예술문화재단에서 개최한 제12회 ‘아름다운 예술인상’ 시상식에서 굿피플 예술인부문 대상을 받았다. 그녀가 선정된 이유는 ‘대표적인 선행 예술인의 모범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가 지금까지 기부한 액수가 200억 원이 넘는다고 하니 선행 예술인으로 선정될 만하다.

하춘화는 수상 소감에서 “선행은 남모르게 해야 하는데, 잘한다고 상까지 주시니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녀는 선행을 많이 한 이유에 대해 ‘부친이 남을 위해서 봉사하는 삶을 사는 게 가장 복된 삶’이라고 가르쳤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춘화는 자기가 국민으로부터 받은 사랑과 성원에 대해 봉사로서 감사를 표현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하춘화처럼 큰 금액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부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감사는 반드시 큰 봉사로만 보답이 가능한 것이 아니다. 비록 남이 볼 때는 작은 일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여건에 맞춰 봉사하면 된다.

요즘 같이 돈 때문에 남을 해치려는 사람이 많고, 자기의 어려움 때문에 사회와 남을 원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때에 세상으로부터 자기가 받은 은혜에 감사하며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사는 것보다 아름다운 인생은 없을 것이다.

손현석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