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관상보다 중요한 마음

정운일 명예기자
입력일 2022-12-08 13:50 수정일 2022-12-08 13:51 발행일 2022-12-0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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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
정운일 명예기자
정운일 명예기자

사람은 누구나 관상을 잘 믿지 않지만 ‘당신 관상이 좋다’고 하면 금세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젊었을 때 열심히 공부해서 과거시험에 응시했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당시엔 인맥과 재물이 없으면 출세할 수 없는 시절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밥벌이라도 하려면 관상이라도 배워보라고 권했다. 김구는 당대 최고의 ‘마의상서’라는 관상책을 구해 공부했다.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겨 거울을 보며 자신의 관상을 보았다. 가난과 살인, 풍파, 불안, 비명횡사할 액운이 다 끼어 있는 최악의 관상이었다.

내 관상이 이 모양인데 누구의 관상을 본단 말인가! 탄식하던 김구의 눈에 책의 마지막 구절이 들어왔다.

‘얼굴 잘생긴 관상(觀相)은 몸이 튼튼한 신상(身相)만 못하고, 몸이 좋은 신상은 마음씨 좋은 심상(心相)만 못한다’ 는 대목이다.

결국 얼굴보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을 믿고, 용기를 얻어 책을 덮고 어떻게 하면 좋은 심상을 만들까를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기울어져 가는 나라를 위해 헌신하기로 마음을 먹고, 훗날 상해임시정부를 이끄는 민족지도자가 되었다.

중국 당나라 유명한 관상가 마의선인이 길을 걷다 나무하러 가는 머슴을 만났다. 그의 관상을 보니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어 마의선인은 머슴에게 다가가 “얼마 안 가서 죽을 운명이니 너무 무리하게 일하지 말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머슴은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고 회의에 잠겼다. 그때 산 계곡물에 떠내려오는 나무껍질 위에서 개미 떼들이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것을 보고는 자기의 처지를 생각하며 측은한 생각에 껍질을 건져 개미들을 모두 살려 주었다. 그 후로 머슴은 타고난 운명을 어쩔 수 없다면 남에게 좋은 일이라도 하고 죽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선행을 베풀었다고 한다.

얼마 후 마의선인은 길을 가다 그 머슴을 다시 만났는데 이게 웬일인가, 그의 얼굴에 서려 있던 죽음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부귀영화를 누릴 관상으로 변해 있었다. 하도 신기해서 마의선인은 그 머슴이 개미를 구해준 이야기를 듣고 크게 깨달아 자기가 지은 마의성서 마지막 장에 남긴 글이라고 한다.

김구 선생도 마의성서 이 대목을 읽고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턱을 깎고 쌍꺼풀 만드는 성형으로 자기 얼굴을 바꾸려 하지만 마음은 바꿀 수 없다.

관상이 좋은 얼굴을 가지려면 우선 미소를 지으면 남에게 호감을 주고, 호감을 주다 보면 마음이 고와지고, 심성이 착하게 되어 남을 위해 봉사하고 덕을 베풀어 덕성이 쌓이면 관상이 서서히 변한다고 한다.

조선 후기의 문신 성대중이 쓴 청성잡기에 ‘사람의 관상보다는 사람 말을 듣는 것이, 듣는 것보다 행동을 살펴보는 것이, 사람의 행동을 살펴보는 것보다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것이 낫다’ 했다.

항상 미소 지으며 긍정적으로 남을 배려하고 봉사하며 살면 관상이 좋아지고, 찌푸린 얼굴로 부정적으로 살면 얼굴에 그늘이 져서 관상도 나빠진다고 한다.

어르신들은 청소년을 선도하고 젊은 세대에 봉사하며 사회정의 구현에 앞장선다면 관상도 좋아져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오늘부터 실천해 보자.

정운일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