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감정이 메마른 시대

손현석 명예기자
입력일 2022-11-24 14:54 수정일 2022-11-24 14:56 발행일 2022-11-2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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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
손현석 명예기자
손현석 명예기자

얼마 전 집에서 쓰려고 소형 탁자 하나를 주문했다. 배달기사가 무거운 것을 들고 오는 것을 보고 안쓰럽고 고마운 마음에 음료수 한 병을 건넸다. 그랬더니 극구 사양하고 받지 않는다. 알고 보니 요즘은 모르는 사람이 건네는 음료수는 절대 받아 마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음료수에 몹쓸 약을 타서 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란다. 참 살벌한 세상이다.

요즘 시대를 ‘감정이 메마른 시대’라고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어야 할 기본적인 정감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감정이 메마른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상실된다는 것이다.

요즘은 거짓말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정치인, 기업인, 종교인을 막론하고 모두 다 거짓말을 잘한다. 그러다 보니 아무도 믿을 수가 없다. 심지어는 돈 문제로 부모 형제간에도 갈등이 일어나고 서로 불신하기 때문에 결국, 세상에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자조 섞인 탄식을 하게 된다.

또한, 말과 행동이 과격해진다. 별일 아닌 것 가지고도 시비가 생기고, 시비가 생기면 조금의 아량도 없이 과격하게 공격한다.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예의도 사라져 나이 든 사람에 대한 공경심도 찾아볼 수 없다.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젊은 여성을 단속하는 나이든 공무원이 그 여성에게 두들겨 맞기도 하고, 10대 여학생이 자기를 나무라는 50대 여교사와 교실에서 머리카락을 잡고 싸우는 모습이 가십에 오르기도 했다.

감정이 메마른 시대의 또 하나의 특징은 경쟁심과 적대감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내 경쟁자요, 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자기보다 잘나가는 사람을 보면 무조건 밉다. 잘못해서 미운 것이 아니라 나보다 잘나가기 때문에 미워진다.

어떤 유명한 개그맨이 “개그맨으로 산 지난 20년 동안 단 한 번도 행복해 본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진실을 알지 못하면서 무조건 비난만 해대는 사람들 때문에 마음에 받은 상처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란다.

우리는 이런 세대를 어떻게 대처하며 살아가야 하는가? 사람끼리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감동을 회복해야 한다. 감동을 회복하려면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사람은 따스한 말 한마디에도 힘을 얻고, 작은 배려에도 마음이 감동하기 때문이다.

한 자영업자가 일을 마치고 분식집에서 식사하고 있었다. 그때 두 여학생이 들어오더니 메뉴판을 보며 배가 고픈지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다”며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막상 주인에게는 돈이 없는지 “정말 죄송한데 저희가 배가 고프지 않으니까 떡라면 하나만 시켜도 되나요?”라고 물었다. 주인은 흔쾌히 학생들의 주문을 받아갔다.

이를 목격한 자영업자는 메모지에 “아이들 라면 값하고 김밥 값을 제가 낼 테니까 사장님이 주신 것으로 하고 가져다 주세요. 적은 후 분식집 주인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학생들의 음식값을 모두 계산한 후 식당을 나왔다고 했다.

모르긴 몰라도 그 여학생들은 그 자영업자의 따뜻한 배려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도 남을 배려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삶 가운데서 아주 소소한 일이라도 서로의 입장을 역지사지로 바꿔놓고 생각하며 남을 배려하며 살 때 우리의 감정은 되살아나고, 세상 또한 살만해질 것이다.

손현석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