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문학기행의 즐거움

임병량 명예기자
입력일 2022-11-17 15:02 수정일 2022-11-17 15:12 발행일 2022-11-1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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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량 명예기자
임병량 명예기자

내 마음이 방전되어 가던 시기에 문학기행은 행운이었다. 여행은 내 몸을 충전해 주기 때문에 모두가 좋아하지만, 건강과 조건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다. 문학기행은 생애 첫나들이라 설랬다.

월간 국보문학이 주관한 여행은 부산·경주 문학관과 유적지 탐방, 작가의 생가 견학은 좋은 시간이었다. 이번 기행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국보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한 문인들의 향기였다. 국보 가족들은 현수막을 들고 우리를 환영했다. 차량 이동 시에는 안내자, 해설사, 사회자가 되어 자상하게 설명해 주고, 재치 있는 유머와 돌발 퀴즈가 귀를 즐겁게 했다. 웃음바다에서 풍기는 향기가 서먹서먹했던 관계를 친근한 이웃으로 만들어 줬다.

부산에서 첫 방문지가 바로 해동용궁사다. 문인들은 발아래서 출렁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해동용궁사의 구석구석을 살폈다. 복문 입구에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이란 현판이 붙어있다. 한 관계자는 “사찰은 대부분 깊은 산 중에 있지만, 이 절은 바닷가에 있습니다. 해가 가장 먼저 뜨는 절로 알려져 새해에는 일출을 보기 위해 2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아옵니다.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양양 낙산사·남해 보리암·해동용궁사)로 풍광과 접근성이 최대 장점입니다. 코로나19 시대에도 관광객이 유일하게 늘어난 곳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관광객들은 십이간지 동물 입석, 금빛 불상과 푸른빛 바다를 배경으로 자리를 바꿔가면서 카메라에 사진을 담았다. 득남 불은 108계단을 내려가는 도중에 세워졌다. 득남 불의 배를 만져주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전설이 있다. 관광객들이 배를 만져 유난히 반질반질하다. 불룩 나온 배가 햇빛을 받아 더욱 반짝거렸다.

해운대 동백섬 누리마루APEC하우스는 아시아 정상들이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겸비한 최고의 회의장이다”고 극찬한 바 있다. 이곳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부산의 명소로 부상했다. 관광객들이 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 누른 소리가 요란하다.

경주에서 창작활동을 하면서 문학계에 족적을 남긴 한 문인은 “문학은 도전정신입니다. 시는 자신과의 싸움이고 눈에 보인 모든 사건이 작품의 소재입니다. 이 소재를 주제화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시인의 노력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동리목월문학관과 박목월(1915~1978) 생가로 이동하여 작가의 문학적 위업과 생애를 살폈다. 일행은 마당에 세워진 동상과 시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작가는 조지훈, 박두진과 함께 시집 ‘청록집’을 발간하여 청록파 시인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관리인은 “2013년 문학 관광 명소로 육성하기 위해 생가를 복원해서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고 전했다.

경주 최 부자는 12대에 걸쳐 400년간 만석의 부를 유지했지만, 만석을 넘어가는 재산은 사회에 환원했다는 나눔의 정신은 본받아야 할 덕목이다.

경주는 천년의 신라 역사가 숨 쉬는 곳이다. 일행은 마치 수학여행 온 기분으로 그때는 왕릉과 유적지 위주로 구경했지만, 지금은 문인 선배들의 활동 모습을 찾아 자연과 교감하며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서 왔다고 했다.

팔공산 금화 자연휴양림 숲속 계곡에 마련된 연회장은 국보인 만의 맞춤 낭만의 밤이었다. 시 낭송과 음악, 숲속에서 내뿜는 피톤치드, 물소리와 바람 소리가 합작한 팔공산의 정기가 자연휴양림을 가득 채웠다.

임병량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