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애견인의 자격

손현석 명예기자
입력일 2022-07-21 16:17 수정일 2022-07-21 16:18 발행일 2022-07-2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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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석
손현석 명예기자

세상에 있는 수많은 동물 중에서 개만큼 사람과 돈독한 관계를 맺은 동물은 없다.

공원이나 거리를 다니다 보면 많은 사람이 개를 데리고 산책한다. 개중에는 개를 마치 아기처럼 옷을 입히고, 품에 안고 다닐 만큼 개에 대해 애착을 가진 사람도 있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전 회장은 애견인으로 유명한 분이다. 한남동에 살 때는 집에서 기르던 개가 200마리도 넘어 주변 주민들로부터 “개 짖는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는 민원을 듣기도 했다는 에피소드가 전해져 오기도 한다.

그는 우리나라 토종견인 진돗개의 세계화에 앞장서서 진돗개를 우리나라 개중 유일하게 세계애견연맹에 등록시키는 공을 세우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누구 못지않은 애견인이라고 한다. 특별히 견종을 가려서 기르기보다는 주인에게 버림받은 개들을 데려다 애정을 주고 기르고 있는 진정한 애견인인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특별히 개를 아끼며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개가 가지고 있는 충성심 때문이다. 개는 한번 주인이 되면 평생 배신하지 않는 충성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혹자는 충성심 있는 개들이 오히려 배신 잘하는 인간보다 낫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람에게 ‘개 같은 인간’이라고 하면 수치스럽게 여긴다. 하지만 이 말은 오히려 개가 더 수치스럽게 여기는 말일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자기가 키우는 개만도 못한 인간도 많기 때문이다.

얼마 전 경기도 양주에서 반려견을 끌고 공원을 산책하던 보호자가 80대의 여성 환경지킴이에게 갑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형견에 입마개도 채우지 않고 산책하다가 진흙 묻은 개의 발을 닦지도 않은 채 주민들이 이용하는 벤치 위에 앉혀놓았다. 이 모습을 본 환경지킴이 여성이 지적하고 시정을 요청했지만 이 개 보호자는 오히려 환경지킴이의 태도를 문제 삼아 상급기관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한다. 이런 사람은 결국 자기가 데리고 다니는 개만도 못한 인간이라고 지탄 받을 수밖에 없다.

돈 많다고 백화점 점원에게 갑질하는 회장 부인, 자기보다 낮은 위치에 있다고 부하 직원들을 무시하는 직장상사, 아파트 하나 갖고 있다고 나이 많은 경비원들에게 행패 부리는 젊은 주민, 이런 사람은 정말 개만도 못한 인간이다.

이런 사람들은 개를 키울 자격이 없다. 애견인이 되려면 적어도 자기가 키우는 개보다는 나은 사람이 돼야 한다. 개만도 못하다는 소리를 듣는 주인을 만나면 개도 주인을 부끄러워할 것이기 때문이다.

손현석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