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투자 권하는 언론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입력일 2022-06-27 14:27 수정일 2022-06-27 14:29 발행일 2022-06-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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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신용과 후원의 마음으로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하고, 그 고마움으로 이자를 갚거나 배당을 챙겨 대출자나 투자자에게 돈을 갚는다. 이것이 금융투자시장의 밑바탕을 이뤄야 하는 경제적 의미이자 사회적 공준이다. 이슬람 교리에서는 빌려준 자가 이 돈으로 인한 빌린 자의 삶에 미칠 영향도 생각하며 빌려주라고 한다. 하지만 투자건 융자건 내 돈이 내 손 밖을 벗어나면 누구도 그 결말을 자신할 수 없다.

대공황은 있었지만 지난 100여 년 동안 미국은 경제운용 면에서 그런대로 지속적인 성장을 했다. 남북전쟁 이후론 일본의 진주만 공격 때 외에 자기 땅에서 전쟁을 치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종신연금이나 종신투자 등 장기상품의 이론적 설계도 이런 가운데 가능했다. 지금 우리는 이런 경험을 위주로 한국에서 미국식 금융투자시장을 발달시키고 있다. 그래서 먹는 것과 차비까지 아껴 어려서부터 주식을 사라고 강권하는 미국 업계출신 금융투자업자들이 유명인사로 활약하고 있다.

투자 행위는 그 자체가 기대감의 선호이며, 상당한 위험의 선택이다. 개인들의 선호와 자산선택의 결말에 사회적 책임은 없다. 그런 까닭에 지성적 언론들은 이런 투자소식이나 동정을 존엄한 문명의 정보나 존귀한 인생가치의 시류로 다루면 곤란하다. 현업에서 재무투자 일을 오래 하면 허탄(vanity)한 말에 익숙해진다. 투자전망이란 말에서 갈수록 무책임하고 경솔해진다. 처음에는 언사에 꽤나 신중하지만 곧 기본적인 인격적 염치도 잘 모르게 된다. 정말 이런 야루(vulgar)한 말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나 싶을 정도의 자괴감도 자주 찾아온다.

그런데 요즘 젊은 국민들은 터치 하나로 결정을 하고 선뜻 이런저런 재무투자에 뛰어든다. 아직 학술이론도, 감시법률도 없는 코인 같은 가상자산에도 그렇게 뛰어든다. 누구도 젊은이에게 재무투자를 인생에서 반드시 당장 하라고 강권하면 안 된다. 그 나이에 해야 할 삶의 수련이나 인생 공부만도 하나 둘이 아니다. 금융수익이나 투자수익은 그걸 원하는 사람들에게나 엄중한 자기 책임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그래서 관련 법 체계가 있고, 금융감독기관이 있고, 공정거래 감시기관이 있다. 특히 이번 정부는 검찰에 전담기구도 만들었다. 참으로 필요한 일이다.

2022년 5월부터 6월 사이 러시아의 무도한 전쟁도발 폐해가 장기화하면서 곡물이나 에너지 등 생존물가가 단기간에 공포감을 줄 만하다. 그 여파는 한국을 포함해 국제주식시장의 패닉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번 파장의 심리적 반향은 미국 증시가 더 심하다. 돈으로 살아가는 일을 꽤나 중히 여기는 나라에서 보면, 지금 다수의 원자폭탄을 가진 러시아의 도발이 극단적으로 미국을 겨냥할 수도 있다고 상상하면 자이언트 스탭의 금리인상이 공포의 전부가 아니다.

우리는 아직도 팬데믹을 겪고 있고, 백주대낮에 이웃 나라를 침공해 인명과 재산을 파괴하는 반 문명의 자해를 손도 못쓰고 바라본다. 언론들이 젊은이들에게 오락과 차익, 소비에 대해 절대 진중해야 함을 전해야 하는 이유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전쟁과 질병과 기근과 재난은 어느 시대나 현재진행형이다. 지금 언론은 그 나라가 어디든 전시언론(wartime press)이어야 한다.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