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세계문화유산 '강릉 단오제'

정운일 명예기자
입력일 2022-06-16 15:29 수정일 2022-06-16 15:30 발행일 2022-06-17 13면
인쇄아이콘
<시니어 칼럼>
정운일 명예기자
정운일 명예기자

조선시대 3대 화가인 신윤복의 ‘단오풍정’을 보면 당시의 단옷날 풍속을 알 수 있다. 여인들이 창포물에 머리 감고 그네를 타며 즐기는 모습이 평화롭게 보인다. 백성들도 새 옷으로 갈아입고 하루를 즐겁게 보냈다고 한다. 단오는 설날 한식 추석과 함께 우리 민족 4대 명절 중 하나다. 우리는 예로부터 해와 달을 숭배하는 농경민족이었다. 정월 대보름은 달을 숭배하고, 단오절은 해를 숭배하는 대표적인 명절로 잔치를 벌였다. 그런데 일제 강점기에 민족문화 말살 정책으로 단오 축제가 강제적으로 폐기되는 치욕을 겪기도 했다. 일본인의 만행이 도저히 용서되지 않는다.

단오는 양수가 겹치는 음력 5월 5일로 1년 중 양기가 가장 강하다는 날로 양기 많은 수리 떡과 앵두화채를 먹고, 익모초와 쑥을 베어 응달에 말려 배앓이 할 때 삶아 먹으면 진귀한 약재였다. 특히 단옷날 오(午)시에 베는 것이 약효가 있고, 단오 지나면 양기가 뿌리로 내려가 약효가 떨어진다고 한다.

남자는 씨름하고 여자는 창포물에 머리 감고 그네를 탔다. 씨름판에 가면 동네 사람들이 둥그렇게 둘러앉아 우람한 장사들이 씨름할 때 응원이 대단했다. 우승자에겐 상품으로 소 한 마리를 주었다. 소는 농경문화의 대표적인 가축으로 농민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논. 밭을 갈고 우마차로 짐을 나르는 유일한 일꾼으로 대접을 받았다. 지금도 장사 씨름 대회에서 황소 트로피를 주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창포물에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고 윤이 나며, 병 없이 여름을 보낼 수 있고, 양의 기운을 받아 나쁜 귀신까지 몰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지금도 어른들은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추억을 즐기는 분도 있다.

필자 어린 시절 단옷날에 그네를 매는 것은 큰 행사였다. 밧줄이 없어 동네 사람들이 짚을 들고나와 한쪽에서 짚을 이어주고, 다른 쪽에서는 돌려서 길게 줄을 만들어 두 줄을 합치면 동아줄이 된다. 나무에 잘 오르는 사람이 허리춤에 동아줄을 달고 올라가서 그네를 맨다. 순서를 정해 그네를 타며 며칠 동안 시끌벅적하여 축제 분위기다.

궁궐에서는 임금이 신하들에게 주칠과 흑칠이 된 ‘단오부채’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었다. 부채는 바람으로 8가지 복을 끌어당겨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농가에서는 대추나무 시집보내는 풍습이 전해진다. 대추가 열리기 시작하는 때에 대추나무 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 풍년을 기원했다. 돌을 끼워 넣으면 가지가 벌어져 바람이 잘 통하고 햇볕을 고르게 받아 대추가 많이 열린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

강릉 단오제는 독창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아 2005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선정되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단오제가 일부 지방에서만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니 안타깝다. 정부는 우리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는 방안을 마련하여 세계인이 한국을 찾는 문화강국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정운일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