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책 읽기의 즐거움

임병량 명예기자
입력일 2022-06-09 14:01 수정일 2022-06-09 14:02 발행일 2022-06-10 13면
인쇄아이콘
<시니어 칼럼>
임병량 명예기자
임병량 명예기자

읽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책이 있다. 그런 책과 만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운 좋게도 그런 책과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며칠 전 지인 K로부터 한 권의 책을 선물로 받았다. ‘그놈의 정 때문에’란 산문집이었다. 책 표지와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이 책은 중견작가 김종화 선생의 열 번째 산문집이다. 총 5개의 장에 53편의 작품이 실렸다.

잠깐 보고 나중에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집어 든 책을 도중에 그만두지 못하고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작품이 주는 흡인력 때문이었다. 양파 껍질을 벗기면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내듯 작품 하나하나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가 내 무딘 가슴을 따뜻하게 덥혔다. 그만큼 내용도 가독성도 좋았다.

이 책의 표제인 ‘그놈의 정 때문에’라는 작품은 지인에게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고 결국 인연까지 단절되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다. 돈을 빌려 달라고 할 때 냉정하게 거절하지 못한 것은 그놈의 정 때문이었다. 나 자신도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 크게 공감하며 읽었다. 마치 내 과거사를 들춰보는 듯 그들의 얼굴이 보였다.

작품 ‘연민의 정’은 넘치는 사랑을 주셨던 장모님이 치매 초기증상으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며 가족의 애를 태운다는 글이다. 작가는 이 글에서 이제 따뜻한 밥 한 그릇 얻어먹을 수 없는 처가를 떠나는 심경을 구멍 난 풍선에 비유하여 내 가슴에도 구멍이 뚫린 듯했다.

작가의 작품을 읽다 보면 마치 동영상을 보듯 선명하다. 그만큼 글의 구성이 치밀하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작품 한편 한편이 구체성과 진실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담긴 작품을 읽는 독자는 그림을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고, 때로는 조각가가 된다. 그만큼 작품이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특히 ‘당신이 먼저입니다’는 작품은 질 높은 삶을 위해서는 질서를 준수하면서 양보가 먼저라는 생각으로 살아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다. 이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윤리와 도덕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작품에서는 자신을 낮출 줄 아는 겸손함과 만날 수 있다.

글이란 누구나 다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글을 쓰면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소통의 능력이 세련되어 인간관계가 좋아지고 감정이 풍부해진다.

나이가 들었다고 허송세월만 하는 것은 식물인간과 다를 게 없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남아 있는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는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볼 일이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850여만 명의 실버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이다.

‘그놈의 정 때문에’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느낀 소감은 작품 하나하나가 삶의 교양서요, 수필 공부를 하는 이들에겐 교과서다. 또한 이 책은 인간관계를 통해 본 처세술의 교본이자, 자기계발서요, 동심을 일깨워주는 고향 같은 책이다.

작가의 아호 ‘숭늉’처럼 한 모금 마시면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로 풍성하다. 작품을 읽으며 읽을 수록 가슴이 따뜻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을 원한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군더더기의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자신 있게 일독을 권한다.

임병량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