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마음 한 켠의 그리움

김충수 명예기자
입력일 2022-06-02 15:28 수정일 2022-06-02 15:30 발행일 2022-06-0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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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
김충수 명예기자
김충수 명예기자

보고 싶어 애타는 마음, 이런 마음 한 조각 지니고 사는 것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리 흠 잡힐 일은 아닐 것이다. 응달진 곳에 두껍게 쌓인 겨울눈이 봄 햇살에 녹아내리듯 그리운 마음으로 죽도록 미워했던 마음을 녹여낼 수 있다면 더더욱 좋은 일이 아닌가.

인향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에게 너무 싱거운 놈이라고 핀잔을 주면서 소금에 절인 왕소금 한 바가지를 뿌리지는 않겠지요. 봄 가문에 마음이 메마르고 지쳐갈 때 대지를 흠뻑 적셔주는 엄마의 눈빛이 그립다.

반려견 반려묘에 온통 마음이 쓸려가니 옆에서 걷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혹여 내 강아지가 가는 길을 그 사람이 막아서지나 않을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볼 뿐이다. 다리 근육이 힘들어해서 좀 천천히 걷고 싶은데 주변이 온통 서두름 뿐이니. 이제는 나잇값을 제대로 못 한다는 푸대접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오뉴월 맑은 하늘에 우박 떨어지듯 멸시와 무시가 대책 없이 쏟아진다. 남쪽 나라에서 불어오는 봄 향기에 사람 냄새도 함께 실려 오면 좋겠다.

파도는 누가 붙잡지도 않은데 왜 가다말고 다시 돌아오는 걸까? 네가 뒤따라오는 길이 지워지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외치는 듯하다. 나른한 봄 햇살을 안고서 밭고랑사이에 길게 누워있는 그리움을 갈아엎는다. 천국의 문, 지옥의 문 그 문의 열쇠를 누가 가지고 있는가? 그 열쇠를 가지고 다니다 잃어버렸는가 보다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조차 사라져 버렸으니 말이다.

비 내리는 밤에 가로등 붙들고서 왜 우느냐고 호통 칠 필요가 없다. 뺨을 타고 내리는 빗물을 눈물인 양 입맛 다셔보며 될 일이다. 그리움에 눈물을 주지말자. 그리움은 스스로 바람이 되고 노래가 되고 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비스듬히 눕는 봄 햇살을 보고 왜 누었냐고 따지려는가?

리셋버튼 함부로 누를 것이 아니다. 쌓아둔 그리움도 함께 사라진다. 재부팅 하는 시간이 제법 걸린다. 사진을 찍으면서 꽃보다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그 꽃을 꺾지 말자. 이러한 이치 속에 노인도 청춘도 화려했던 주인공의 모습도 꺾인다. 이제 시니어는 그리움도 마음 한 켠에 남겨뒀으면 한다.

김충수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