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행복해지는 연습, 글쓰기

임병량 명예기자
입력일 2022-05-12 15:30 수정일 2022-05-12 15:31 발행일 2022-05-13 13면
인쇄아이콘
<시니어 칼럼>
임병량 명예기자
임병량 명예기자

강동구 길동 국보문학교육장은 글쓰기를 배우기 위해 실버들이 모인 곳이다. 대부분 70~80대 고령자들이다. 오후 5시부터 2시간 동안 수업한다. 젊은이들도 힘들어하는 나른한 오후 시간이지만, 글쓰기를 배워야겠다는 집념으로 강의를 듣고 있다. 글쓰기 공부는 이론도 중요하지만, 내가 직접 써봐야 결과물이 나온다. 김종화 교수의 강의 방법은 현장 실습과 함께 이뤄져 수강생들의 실적이 바로 생산된다.

글쓰기의 결과물은 자신의 존재감이다. 글쓰기 공부는 외로움을 달래며 살아 있다는 자신의 실체를 알리고 노후의 품격을 만들어가는 훈련이다.

노후를 준비한 수강생들이 딱딱한 의자에 앉아 몰입한 모습이 존경스럽다. 그들의 눈빛은 지금부터 인생을 시작하겠다는 분위기다. A4 용지에 이 시간의 공부 환경을 적어보라는 김 교수의 실습지를 순식간에 채웠다. 두 장을 줘도 망설임 없이 채울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은 모양이다. 여기에 모인 실버들은 배움과 글쓰기로 새로움에 도전하겠다고 굳은 결의를 다짐한 사람들이다. 실버들의 학습 태도가 진지하다.

노후 준비는 반드시 돈이 아니다. 함께 일할 수 있는 평생직장이 필요하다. 그건 바로 글쓰기다. 장수 시대를 맞이한 노년기는 더욱 길어질 것이다. 긴 노년기를 건강하고 젊게, 행복하기 위해 글쓰기에 몰입한 것은 좋은 선택이다. 이 들과 함께 걸어가는 길이 자랑스럽다.

나이 들어 배우는 사람의 모습은 젊음을 능가하는 힘이 있다. 수강생 중 80대 세 명은 두 달 동안 결석하지 않는 모범생들이다. 자기 생각을 앞세우거나 과거의 자신을 자랑하지 않았다. 위계질서보다 배려와 양보로 간격을 좁혀 준 보기 드문 선배들이다. 인간의 매력은 외모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호감 가는 사고력과 정신력이다. 오늘의 시대는 노인이 젊은이에게 묻고 배워야 할 일이 많아졌다. 노인의 경험보다 IT가 먼저다. 시대의 변화를 따라야 세대 간의 갈등이 좁혀진다. 현대의 노인은 과거 시대와는 확실히 다르다. 같은 나이지만 열심히 배우고 활동하기 때문에 생각과 건강, 젊음이 돋보인다.

오늘은 어떤 글을 써볼까. 이게 창조적인 활동이다. 이시형 박사는 “전두엽 관리는 새로움을 배우고 창조적인 활동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슬픈 영화를 봐도 절절한 마음이 들지 않고, 아름다움을 봐도 감동이 와 닿지 않는다. 남의 말 귀담아듣는 일도 귀찮다. 이는 전두엽이 노화 시작이란 경고 신호다”고 했다. 전두엽 관리 방법은 책을 가까이하고 매일같이 무언가를 읽고 쓰고 계산하는 일에 충실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글 쓰는 일은 자신을 젊게 하는 비결이요, 노인병 치매 예방의 길이다.

노후 준비는 지금의 안이한 삶에서 벗어나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다. 인생의 말년에 잘 살았다는 글을 남겼으면 좋겠다. 자기 능력을 마음껏 발휘해서 인생의 마지막 날에 웃음 짓고 떠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인생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즐기면 행복하다.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가 바로 글쓰기다. 글쓰기는 부가가치가 높은 창의성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희소성이 떨어지지만, 머리를 이용한 글쓰기는 두뇌 가동률도 높이고 인간다운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노년들은 이런 삶을 꿈꾸면서 국보 교육장으로 힘찬 발걸음을 걷고 있다.

임병량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