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배움과 글쓰기

임병량 명예기자
입력일 2022-03-24 15:26 수정일 2022-03-24 15:28 발행일 2022-03-2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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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량기자
임병량 명예기자

글쓰기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삶의 조건이다. 비대면 온라인 시대는 더욱더 그렇다. 인생의 종말은 유언장이란 글로 마감한다. 소통은 말로 하면 쉬우나 글로 하면 어렵다. 글쓰기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평생 살아오면서 말하고 듣는 생활이 일상이었지만, 글쓰기는 소홀했다. 농경시대는 책 읽고 글 쓰는 일이 선택된 사람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장수 시대가 되면서 품위 있는 일은 배우고 글 쓰는 활동이다.

누구나 말은 잘하지만, 글쓰기가 어렵다고 느낀 이유는 자기 검열 때문이다. 검열이 심할 수록 쓸 말이 사라지고 두려움만 남는다. 머릿속에 있는 내용은 모두 끄집어내 펼쳐놓고 필요한 순으로 정리하는 일이 글쓰기 만다라트 연상법이다. 만다라트(Mandarat) 기법은 42년 전 일본의 한 경영 컨설턴트가 개발한 방법이다. 가로세로 세 칸씩 구성된 아홉 칸 네모 상자 중 가운데 칸에 핵심 목표를 써넣고, 그 주변에 세부 내용을 적어 넣는다. 이런 방식으로 글쓰기 하면 막힘없이 쉽게 쓸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글쓰기에 매달리며 공부하고 싶은 이유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것뿐만 아니라 내가 어떻게 행동하며 살아갈지를 선택하고 삶의 질을 결정한다. 글 쓰는 사람은 우울증이나 치매도 예방할 수 있다. 우리나라 노인들이 고독사가 많고 자살률이 세계에서 1위라는 불명예로 10년 이상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부끄러운 일이다.

고령자가 되면 건강도 약해져서 쉽게 외출이 어렵고 여행은 더욱더 힘들다. 허구한 날 아무도 찾아와 주지 않고 나만 혼자 있으면 버림받고 잊힌 존재로 생각된다. 특히 질병에 시달리면 지나온 삶이 그립고, 나보다 가족을 위해 고생했던 결과물이 질화만 남았다고 서럽다. 결국, 극단의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기 때문에 자살률 1위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

얼마 전 강동구에 있는 국보문학교육장에서 강의를 듣기 위해 배움과 글쓰기로 외로움을 극복하고 살고 있다는 사람들이 모였다.

70~80대 고령자들은 오후 5시부터 2시간 동안 수업을 들었다. 젊은이들도 힘들어하는 시간이지만, 저녁 식사도 거르면서 딱딱한 의자에 앉아 공부한 모습이 존경스럽다. 그들의 눈빛은 지금부터 인생을 시작하겠다는 분위기다.

A4 용지에 지금의 공부 환경을 적어보라는 내용을 순식간에 채웠다. 두 장을 줘도 망설임 없이 채울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은 모양이다.

요즘의 노인은 과거 시대와는 확실히 다르다. 같은 나이지만 열심히 배우고 활동하기 때문에 건강과 젊음이 돋보인다. 지금의 나이에 0.7을 곱하면 대충 한 세대 전의 나이 감각과 비슷하다고 한다. 계산하면 80세는 옛날 56세 정도의 나이다.

김종화 교수는 책을 읽지 않고 좋은 글은 쓸 수 없다며 독서량이 글쓰기 실력이라고 했다. 독서 없이 글쓰기는 밑천 없이 장사하려는 사람과 같다. 글쓰기 능력을 키우려면 독서를 하면서 좋은 문장이 나오면 문장 노트에 기록하고, 글을 읽다가 이해하기 어려운 어휘가 나오면 어휘 노트에 적으라고 했다. 글쓰기에는 왕도가 따로 없고, 매일 매일 꾸준히 쓰는 것이 성장하는 방법이라고 주문했다.

임병량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