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투자는 결단의 훈련이다

엄길청 미래경영학자·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입력일 2022-03-27 15:19 수정일 2022-04-08 16:21 발행일 2022-03-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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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미래경영학자·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코로나로 온 인류가 고통을 겪는 와중에 러시아 푸틴이 무고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잔혹한 전쟁을 일으켰다. 그는 아마도 러시아가 감당해야 할 비용과 효과를 나름 합리적으로 고려한 최적화 방안으로 휴리스틱(heuristic)적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치 리더로서의 자신의 상황에 가장 최적화된 방식을 러시아 근대사의 가장 대표적 해결 방식인 무력 침공으로 정한 것이다.

그러나 침공 이후 세계의 대응과 반응은 복합적이며 사면초가의 양상을 띤다. 그는 좀 더 메타 휴리스틱(meta-heuristic)적인 판단을 내렸어야 했다. 상황을 통합적으로 인지하고, 안정되면서 자연적인 심리상태에서 영감을 얻는 상황판단이었어야 했다. 그래서 그의 정신세계를 의심하는 진단들이 고개를 든다. 히틀러도 정신이상적으로 비쳐지며 패장의 길을 재촉했다. 푸틴이 전쟁에 실패하고 권좌에서도 밀려난다면 그는 플라톤이 말한 국가지도자의 정의와 명예 희생이라는 미덕의 리더십(leadership of virtue)을 갖추지 못한 탓일 게다.

희생을 감수하고 내린 결정은 잘못된 결과가 나와도 후회가 적다. 정의나 명예를 가진 결정은 결과에 초연하다. 그러나 주식을 투자하는 마음은 결단의 내용이나 결과의 기대에서 이런 명분이 아주 약하다. 공익에 반해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은 공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정당성을 상실하게 된다. 대표적인 행동이 투기행위이다. 우리는 이런 행위가 갖는 정당성이 더욱 약한 문화적 전통을 갖고 있다.

주식 투자를 하려다 보면 매일 투기 유혹을 견디기 어렵다. 투기는 주로 내면의 간악한 인간심리에서 비롯된다. 돈 놓고 돈 먹는 심리나 대박기대의 심리다. 그래서 이런 결정을 대신하는 투자전문가들은 투기적 동기를 억제하기 위해 투자 직업군을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트레이더 등의 역할로 구분해 서로 견제하고 협업한다. 그러나 이를 종합해 전략적 판단을 하는 입장에서는 점점 더 휴리스틱한 판단기준을 가지려는 경향성을 보인다. 복잡하고 민감한 투자의사 결정의 부담을 덜기 위해 보다 간편하고, 대표성이 강하고, 심플한 요소를 구하려 긴 시간을 노력한다.

주식 선별에서 PER(주가수익배수) 지표가 가장 유용한지는 아무 종합적 단서가 없지만, 대개 전문가들은 기본적인 선별조건으로 다룬다. 이 지표는 예측기간의 장단에 따라 이익 추정을 특정하기 매우 어렵다. 주식투자는 누구도 자기결정에 만족하지 못한다. 아직도 챠트 분석을 정보제공 사업에 쓰는 전문가들이 있다. 1950년대 이후 효능이 현저히 약화된 보조지표인데, 투기적 동기의 초단기 투자자들은 의존성을 낮추기가 참 어렵다. 단기 주식투자는 자기결정의 후회와 싸우는 게임이지만 장기 주식투자는 결단의 미학을 다루는 영역이다. 기다리고 희망을 갖는 일이다.

코로나로 인해 지난 2년간 주가는 비이성적인 영역에 처해 있다. 혹자는 유동성의 힘이라지만, 전보다 대외활동이 어려워진 사람들 중에 더 많은 이가 시장에 참여한 기간이었고, 더 투기적인 기간이었다. 러시아 전쟁이 더욱 시장의 파장을 난기류로 만든다. 현대 국제금융시장 역사에 팬데믹과 전쟁이 동시에 작용한 시장은 지금이 처음이다. 분명히 비정상적이다. 투자 초보자들은 결코 만만하게 보아선 안 되는 비상식 국면이다. 평정의 시간이 오기까지 소액투자가들은 한발 물러서시라.

엄길청 미래경영학자·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