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중국 상표 브로커와의 특허전쟁

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입력일 2022-03-16 14:52 수정일 2022-06-19 15:11 발행일 2022-03-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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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최근 필자와 같은 특허사무소에서 일하는 유성원 변리사가 TV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중국 상표 브로커들과 특허전쟁을 펼친 뒷 이야기를 털어놨다. 유 변리사의 노력을 옆에서 지켜봤기에 방송 내내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유 변리사는 방송 말미에 중국 상표 브로커들의 문제는 이제 정말 끝났다고 선언했다. 한국 기업들을 오랫 동안 괴롭혀온 이 문제는 어떻게 끝나게 된 것일까.

필자가 일하는 특허사무소는 7년 전 특허청에 의뢰를 받아 중국 상표 브로커들에 대한 조사 업무를 시작했다. 조사 과정에서 모 중국 브로커가 한국 기업들의 유명 상표들을 수백 건 출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가 설립한 회사명으로도 수백 건을 출원했고 해당 브로커가 대표로 되어 있는 회사만 5개에 달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2000여 개가 넘는 한국 기업 상표가 중국인 한 사람에게 도둑 맞은 셈이었다. 

특허청에서 우리 기업의 상표를 보호할 만한 묘안은 없는지 자문을 구했으나 그 당시 중국 상표법은 해외에서만 유명한 상표를 보호해 주는 제도나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유성원 변리사와 필자는 머리를 맞대고 중국 상표법과 판례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레카를 외쳤다. 중국 본토 내에서 자국의 브로커들에 대해 중국 상표법 제44조(기타 부정당한 수단으로 등록한 상표)를 적용하여 무효화시킨 최고인민법원 판례를 찾은 것이다. 

이 판례와 함께 자국의 브로커들에 대해 중국 상표법 제44조를 적용해야 한다는 중국 법학자들의 법률칼럼 등을 모아 중국 상표 브로커들에 대한 대응 솔루션을 만들어 공동소송에 나섰다.

첫 승소 소식이 전해진 기업은 서울우유였다. 중국 로펌에서 만들어 낸 소송 전략이 아닌, 필자가 일하는 특허사무소에서 수립한 소송 전략으로 첫 승소를 이끌어낸 것이다. 그 이후부터 줄줄이 승소 소식이 이어졌다. 53전 53승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유성원 변리사가 자신 있게 중국 상표 브로커 문제가 끝났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소송을 하는 동안 중국 상표법과 심사기준이 개정되었기 때문이다. 처음 당소가 제안했던 중국 상표법 제44조 외에도, 중국 상표법 제4조(상표 출원 자격), 제7조(신의성실의 원칙), 여러 상표심사기준을 통해 상표의 진정한 사용 의사 없이 경제적 이유를 목적으로 타인의 상표를 출원한 행위를 강력히 제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또한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타결로 중국을 포함한 아세안 국가들이 상표브로커 행위에 대한 근절을 국제적으로 선언하였기에 중국 상표브로커 문제는 이제 끝을 향해 가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 상표브로커들이 대놓고 상표 브로커 행위를 하는 건 확실히 끝이 났다. 과거 브로커들에게 선점 당한 우리 기업들의 상표를 되찾아 오는 일만 남아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중국 상표브로커들도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브로커들은 타인의 명의를 차용하거나 홍콩 등지에 유령 회사를 설립하여 출원하는 등의 행위를 일삼고 있다. 중국 상표브로커 문제는 끝났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그러나 중국 로펌에서도 아무 법적 솔루션을 제공하지 못한 그 때도 우리는 성공했다. 앞으로도 한국 기업들과 대리인들이 새로운 승리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리라 확신한다.

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