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인생을 살아보니

김충수 명예기자
입력일 2022-03-10 15:40 수정일 2022-03-10 15:41 발행일 2022-03-11 13면
인쇄아이콘
<시니어 칼럼>
김충수 명예기자
김충수 명예기자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보면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 살기 위해서는 발버둥을 쳐야하고 옆에 있는 지푸라기도 잡아야한다. 물에 동동 떠있는 지푸라기가 무슨 버틸 힘이 있겠는가 만 손을 휘저으며 걸리는 것은 무엇이든 나의 생명을 이어줄 질긴 동아줄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온 힘을 다해 움켜잡고 물속에서 빠져나오려 한다.아무리 건장한 사람도 물에 빠진 사람이 붙잡고 잡아당기면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 살아야겠다는 의지는 그만큼 힘이 세다.

갓 태어난 어린아이는 손에 닿는 것이면 무엇이든 감각적으로 꼭 움켜쥔다. 그리고 그 물건을 입으로 가져간다. 무언가 먹어야 살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이처럼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른이나 아이나 모두 온 힘을 쏟아 붓는다.

먹잇감이 나타나면 반드시 잡아야 하고 돈벌이가 되는 정보라면 상대보다 먼저 들어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그리고 선악의 경계는 항상 모호한 것이라고 외친다. 물에 빠져봐야 살려는 마음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뜨거운 불에 데어 보아야 불의 무서움도 알 수 있다. 전기에 감전 당해봐야 그 찌릿찌릿한 두려움을 알게 된다. 날카로운 가시에 찔려봐야 피 흘리는 고통을 느낄 수 있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다. 내가 속이려 하면 상대가 먼저 나를 속인다. 누가 더 먼저 속이는가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그러나 상대를 속이려 하지 않으면 속을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요즘에는 잇속 먼저 챙기는 것이 생존본능이고 절대지존이 되는 지름길이라 믿는 듯하다. 마음속에 쌓아두고 한평생 사용할 예쁜 말은 거센 파도에 떠나가지 않도록 신속하게 단단하게 잇자. 듣고 나면 분노를 치밀어 오르게 하는 독사의 말은 나의 흉이나 자식의 흠 감추듯 잽싸게 쓰레기통에 버리든지 지나가는 태풍에 날려 보내고 서둘러 지우고 잊자. 피멍이 들고 있는 속살을 보면서 꽃보다 더 예뻐 보인다고 비아냥거리나 비꼬지는 말자. 정작 내가 쏜 화살은 지목했던 당사자가 아닌 그 옆에 있던 사람에게로 날아간다.

상대를 높게 나를 낮게 평가하는 여유를 가져보자. 상대를 용서하는 것은 나를 용서한 것이고 상대를 미워하는 것은 나를 미워하는 것임을 깨닫자. 내가 잘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분명 다른 사람도 잘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 이유가 뭘까? 함께 어울리면 잘 살 수 있는 그 해답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이 인생 아니겠는가?

우는 가슴도 이유가 있다. 허전하다고 운다. 입을 굳게 닫고 말을 하지 않을 때도 이유가 있다. 너를 미워한다고 너를 죽도록 미워한다고 말하고 싶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이웃 간에 얼굴 맞대고 사는 것도 웃는 낯으로 아름다운 인연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하는 것이리라.

음식이 부패하면 썩었다 하지만 발효되면 익었다고 말한다. 곰삭은 김치는 맛있다. 남은 세월의 무게가 가벼워질수록 이웃 간의 정이 더 달달해지고 말에는 향기가 묻어나면 좋겠다.

김충수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