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견조한 업황에도 휘청…추가 하락 가능성은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2-03-09 11:21 수정일 2022-05-08 16:36 발행일 2022-03-0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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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이 지난 1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갤럭시 언팩 2022’ 행사에서 ‘갤럭시 S22 울트라’(왼쪽)와 ‘갤럭시 S22’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코스피를 대표하는 두 반도체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7만원과 12만원선이 붕괴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시장의 예상보다 장기화되는 만큼 추가 하락 여부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다만, 반도체 업황 자체는 어둡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600원(-0.86%) 하락한 6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가 장중 7만원 밑에서 종가를 형성한 것은 지난해 11월 11일(6만9900원) 이후 약 4개월여 만이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해 말 종가(7만8300원) 대비 11.24%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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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같은 날 SK하이닉스는 전날보다 1500원(-1.26%) 하락한 11만8000원에 종가를 형성했다. SK하이닉스의 주가가 12만원 밑에서 거래를 마친 것은 올해 1월 27일(11만3500원) 이후 약 한 달 보름만이다.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지난해 말 종가(13만1000원)보다 9.92% 떨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하락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 상승) 우려가 부각되면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훼손된 탓이다. 두 종목이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종목인 만큼 코스피 하락이 이들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업황은 견조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한국 증시가 수출 등 대외 변수에 좌우되고, 대표 주식이 삼성전자이다보니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다만, 반도체 업황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신영증권 서승연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를 저점으로 분기 실적 성장이 예상되면서 1분기 매출액은 76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12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 35%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 연구원은 “메모리 업황 회복과 하반기 파운드리의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진입 전 도약을 위한 예열 구간”이라며 “아쉬움이 남았던 파운드리 사업이 개선되면 주가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 최도연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생각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키옥시아 팹 오염 이슈로 전 세계 낸드(NAND) 출하량의 분기 8%, 연기 2% 이상이 훼손될 전망이지만 낸드의 고정 거래 가격은 3월부터 상승 전환한 뒤 2분기에 상승폭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 길어지면 공급망 차질이 불가피해 국내 수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 두 종목의 주가는 더 떨어질 수 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추진할 가능성은 낮고, 경제 펀더멘털도 과거 오일 충격 당시와 확연히 구분되는데다 글로벌 경제의 유가 의존도가 낮아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방어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고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돼 신용 위험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연구원은 “국내 수출도 미국 등 주요 선진국 경기 호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의 수요 모멘텀의 긍정적 영향을 받겠다”며 “반도체 등 IT 업황의 반등 가능성과 내수 경기 호조는 경기 침체와 스태그플레이션의 진입을 막아주겠으나, 국내 경기 입장에서도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가 가장 큰 변수”라고 강조했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