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B마트'

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입력일 2022-03-02 14:18 수정일 2022-06-19 15:11 발행일 2022-03-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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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표의 식별력과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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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지난 1월 18일 특허심판원은 배달의 민족(이하 , 배민)의 퀵커머스(소량의 생필품을 1시간 내 배송하는 서비스) ‘B마트’ 상표의 거절결정 이의제기에 대해 기각결정을 내렸다. 특허청은 이미 ‘B마트’ 상표가 알파벳 한글자로만 된 식별력이 약한 상표라는 이유로 거절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배민이 불복하였지만 특허심판원 역시 특허청과 동일한 취지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아직 특허청 행정정보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배민이 ‘B마트’ 사업을 강화하려는 의지가 강한 만큼, 특허심판원의 결정에 불복하여 특허법원에 불복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배민과 같은 회사에서 ‘B마트’가 식별력이 약한 줄 몰라서 상표 등록이 거절되었을까? 단연코 그렇지 않다. 배민은 ‘B마트’가 식별력이 약한 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상표 등록을 추진했다. 그렇다면 무슨 자신감으로 상표 등록을 밀어 붙일 수 있었을까? 
배민이 특허심판원에 주장한 것처럼 상표법은 ‘사용에 의한 식별력 획득’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상표법 제33조 제2항에서는 식별력이 약한 상표라고 하더라도 출원 전부터 그 상표를 사용한 결과 소비자들 사이에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게 되었음을 입증할 경우, 특허청은 후발적인 식별력을 획득했다고 보고 해당 상표를 등록해 줄 수 있다. 
그러나 ‘B마트’의 이러한 주장은 특허심판원 단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상표법 제33조 제2항에서 요구하는 인지도 조건을 완화한 이후 점차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인정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특허청은 2020년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 판단’ 요소로 상표 사용기간을 원칙적으로 5년 이상 제시했으나, 사용기간이 짧더라도 매출액, 시장점유율, 인지도 등이 상승했다면 식별력을 인정 받을 수 있다. 
배민 ‘B마트’의 경우 2019년부터 사용한 것으로 보여 원칙적인 사용기간에 미치지 못하고, 단기간에 인지도를 획득했다고 입증할 만한 증거는 부족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배민 정도의 파급력을 갖추고 있는 회사라면 추후 지속적인 사용을 통해 ‘B마트’가 수요자들에게 배민의 브랜드로 각인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아프리카TV’의 선례를 살펴보자. ‘아프리카’는 누구나 아는 지리적 명칭으로, ‘TV’는 방송업에 흔히 사용되는 단어이기 때문에 식별력이 없는 상표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아프리카TV’는 우선 ‘afreecaTV’와 도형을 결합한 형태로 출원하여 우선 등록받은 후 서비스 오픈 이후 약 7년 정도가 된 시점에서야 한글 ‘아프리카TV’의 등록을 인정받게 되었다. 배민의 ‘B마트’의 상표 등록도 이런 수순을 밟게 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게 쌓여야 하기 때문에 개인이나 중소기업이 주장하기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브랜드 생태계에서, 대기업은 식별력이 약하지만 강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상표들을 독점하기가 쉬워질 수 있다. 바라건대 특허청이나 관련 법원 등에서는 식별력에 대한 공익적 요구와 브랜드 인지도를 후발적으로 확보한 기업의 사익적 요구를 조화롭게 판단하여 사용에 의한 식별력 획득 여부를 결정해 주었으면 좋겠다.  
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