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한국전력, 우크라이나 불확실성에 올해 적자 규모 확대 전망”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2-02-27 12:40 수정일 2022-05-08 14:04 발행일 2022-02-2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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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에 위치한 한국전력 본사 전경 (제공=한국전력)

한국전력의 지난해 영업적자가 시장의 예상치보다 더 크게 나타난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올해 대규모의 영업적자가 불가피해 투자자들의 우려가 크다. 대통령 선거 이후 전력 요금 인상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지난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500원(-2.24%) 하락한 2만1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전력은 4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하며 전년 말 종가(2만2100원)보다 1.36% 낮다.

한국전력의 주가 부진은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가 4조7300억원으로 집계되면서 시장 전망치를 웃돈 탓이다. 원전이용률과 석탄이용률은 시장의 기대치를 넘었으나 전기요금이 전년 대비 증가하지 못한 가운데 석탄과 LNG 수입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규모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게다가 시장에서는 한국전력의 올해 영업적자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리츠증권 문경원 연구원은 “올해 영업적자 규모 전망치를 19조9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한다”며 “연평균 두바이유 가격을 기존 배럴당 80달러에서 89.5달러로 올렸고, 유가보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석탄가격과 전기도매가격(SMP) 추세를 반영했다”고 분석했다.

문 연구원은 “전력망의 안정적인 운영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라도 전력 요금 인상은 필수적”이라며 “다음 달 대통령 선거 이후 전력 요금 인상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차증권 강동진 연구원은 “올해 연간 영업적자는 20조원으로 예상되는데,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유럽의 긴장감이 확대되고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적자폭은 이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 연구원은 “에너지 시장이 단기간에 크게 안정화되지 않는다면 내년 요금 인상 부담이 매우 커질 것”이라며 “요금 인상을 과연 시행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불확실성과 요금 인상 시 수요 이탈 등 다양한 숙제가 놓여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당 순자산가치(BPS) 기준 한국전력의 가치평가는 매우 낮은 상황이나 실질적으로 적자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큰 의미를 가기 어렵다”며 “요금이 올라도 대규모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한국전력의 투자 매력이 낮다”고 강조했다.

NH투자증권 이민재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부채비율 223%와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146%로 경영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며 “특히 설비투자가 많은 발전자회사와 달리 투자가 적은 한국전력의 별도기준 재무구조가 악화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3월 대선 이후 중장기적인 전기요금 인상 계획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한국전력의 자본은 10조원 이상 감소해 부채비율은 300%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며 “역대 최악의 재무구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인상은 최소 2분기 이후나 기대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KB증권은 정혜정 연구원은 “한국전력이 어찌할 수 없는 외부환경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며 “글로벌 정세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유가와 석탄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한국전력의 연료비 부담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연구원은 “전기요금과 국내 에너지정책의 변화는 3월 대선 이후에 구체적으로 나타날 예정인데, 현재로서는 늘어나는 비용 측 부담을 덜어내기에는 전기요금에 인상요인이 모두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연료비와 환경기후요금 인상과 같은 전기요금 조정이 필요하나 이를 기대한다면 2분기 이후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