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우크라이나 3가지 시나리오 별 대응책?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2-02-23 10:58 수정일 2022-05-08 14:03 발행일 2022-02-2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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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적 협상 타결시에는 글로벌 증시 반등, 국지전 진행시 지정학적 긴장감 유지되면서 점차 안정화, 전면전 발생시 위험자산 추가하락’

한국투자증권은 23일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긴장 관련 3가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긴장이 점차 장기화되고 있는 모습이 지난 2018년 한 해 내내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했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과 비슷하다”며 “두 분쟁은 당사자들의 경제 규모 측면에서는 단순 비교가 어렵지만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미국과 중국의 비중은 각각 25%, 17%인 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각각 1.7% 및 0.2%에 불과해 국지전의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그들은 “가장 큰 문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센 상황에서 불거진 원자재 공급 차질이고, 현재 시점에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중 무역분쟁 못지 않을 수 있다”이라며 “전면전이 진행됐을 때 경제적 충격이 작지 않다는 점에서 기본 시나리오를 ‘일부 국지전 진행 및 갈등의 장기화’로 제시한다”고 밝혔다.

우선, 외환시장 변동성은 확대되겠으나 실물 경기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투자전략팀은 “유럽의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매우 높아 당분간 유로화 대비 달러화 선호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다만, 유럽에서 에너지 공급 차질이 현실화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치 국면이 이어져도 선진국 증시와 대형주의 변동성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투자전략팀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규제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낙폭이 컸던 미국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 기업들이 오르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상대적으로 양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불확실성 요인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시점에서 S&P500지수의 업종 구성이 다양하고 대형주와 배당주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이어 “과거 지정학적 긴장으로 변동성이 컸던 시기에도 월간 주요 선진국 지수들의 하락 폭은 10% 내외에 그쳤고, 중소형주보다 대형주가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며 “빠른 시일 내에 평화 협정이 체결되고 지정학적 긴장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선 선진국의 추가 제재에 대한 경계심으로 미국보다 주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 국가들의 불확실성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흥국 증시에서는 중국 증시가 선호된다. 투자전략팀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지속되는 기간에 원재료 가격과 물류 비용이 늘면서 중국 일부 기업의 수익성 저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다른 신흥국들과 달리 중국 증시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완화할 여력이 커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근접한 동유럽 신흥국 증시보다 양호한 성과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갈등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져도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전략팀은 “러시아는 천연가스뿐만 아니라 니켈, 팔라듐 등 산업 금속의 최대 수출국”이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으로 에너지와 산업용 금속 가격이 오르면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이 늦게 해소되겠으나,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를 염려했을 때 연준은 기존의 기준금리 인상 일정을 지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유럽 내 에너지 가격 상승은 일시적일 수 있으며, 통화정책으로 원자재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이 더 강도높은 통화 긴축 정책을 초래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봤다.

원유 등 에너지의 추가 급등 가능성도 제한적이다. 투자전략팀은 “국지전 발생에 따라 추가 단기 급등은 나타나겠으나, 고유가에 따른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미국 셰일오일의 증산으로 수요와 공급은 점차 균형을 맞춰갈 것”이라며 “천연가스도 러시아의 공급에 대한 본격적인 제재 없이 추가 상승이 나타날 확률이 높지 않은데다 유럽의 재고 부족 문제도 조금씩 해소되고 있고 난방 기간이 곧 종료된다는 점도 가격 안정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증시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내 국지전이 지속된다고 가정했을 때 변동성 확대로 방어적인 대응이 필요하지만, 극단적인 변동성 확대는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 투자전략팀은 “그동안 전쟁 이슈가 주식시장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코스피도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기존 전망대로 상반기 중 횡보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특히 지수 차원에서 기대할 것이 희박한 만큼 업종과 종목 중심의 장세가 연출될 것”이라며 “시장 내부에 불안심리가 남아있는 만큼 중소형주보다 대형주가 상대적으로 안정적 흐름을 나타내며 시장 민감도가 낮고 실적 전망이 양호한 반도체, 운송, 유통, 음식료 등으로 매수세가 몰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