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 “국제 유가, 우크라이나 긴장 완화되면 80달러때 중반까지 떨어질 것”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2-02-18 10:33 수정일 2022-02-18 10:39 발행일 2022-02-18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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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투자증권은 18일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면 국제 유가는 80달러 중반 정도까지는 빠르게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정점을 지나면서 유가는 배럴당 90달러 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하이투자증권 이웅찬 연구원은 “유가의 추가 하락 여부는 지정학적 긴장의 추가 완화와 원유 수급에 달려있다”며 “원유의 재고는 최근 5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생산량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요국에서 빠른 속도로 늘고 있으나 미국의 증산속도는 느리고 OPEC 주요국의 추가 증산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현재 유가가 높은 이유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재고 수준 탓”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 급등한 재고는 지난해 최저 수준까지 다시 떨어졌는데, 이는 OPEC의 감산, 생산 차질 등에 따라 생산이 더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이후 생산량이 감소한 이유는 OPEC이 코로나19에 대응해서 긴급 감산을 시행해서다. 이웅찬 연구원은 “OPEC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생산량을 늘리며 미국 셰일과 점유율 경쟁을 지속하다 회원국들의 피해가 커지고 경쟁상대인 미국의 셰일 기업들이 상당 수 파산하면서 생산량이 줄자 2016년부터 감산을 시작했다”며 “이후 2018년 미중 무역분쟁으로 수요가 한 단계 감소하자 감산을 한 차례 더 진행했고,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2020년 이후까지 5년간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원유 수요가 대폭 하락했고, 유가는 일시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웅찬 연구원은 “원유 재고는 남아돌았고 원유를 꽉 채운 유조선들은 원유 창고마냥 바다에 하릴없이 떠있었다”며 “2020년 4월 OPEC은 무려 글로벌 수요의 10%에 달하는 1000만배럴의 감산을 시행했고, 초과 재고는 빠르게 줄었다”고 말했다.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부터 예상보다 빠르게 늘고있다. 이 연구원은 “수요가 회복되고 재고가 줄어가자 OPEC은 빠른 속도로 감산을 줄여나가고 있다”며 “지난해 속도로 증산하면 올해 여름에 코로나19 이전의 생산량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OPEC은 지속적으로 감산을 줄여나가 올해 9월에 감산 정책을 완전 폐기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UAE, 쿠웨이트 등 중동 아랍 국가들이 빠른 속도로 증산에 참여한 가운데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 아프리카 국가는 코로나19에 따른 인력 및 공급 차질 때문에 생산량을 채우지 못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올해 세계 원유 수요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지만 한편으로는 생산량이 늘면서 올해 하반기에는 원유 시장의 수급이 맞춰질 것”이라며 “다만, 당장의 재고 부족 문제는 해결이 어려워 미래의 공급 안정이 현재의 유가 하락을 담보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로부터 시작된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돼야 유가는 80달러 중반 정도까지는 빠르게 하락할 것”이라며 “유가는 최근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이는 역으로 긴장이 완화되면 유가가 상당 폭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장 파급력이 높은 것은 이란과의 핵 협상 타결”이라며 “이란의 경제제재 완화는 민주당의 외교정책이며, 유가 안정이 급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핵 협상을 빠른 속도로 진척시키고 싶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 일부 OPEC 국가가 생산량을 충족시키지 못함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가 임시적으로나마 생산량을 늘릴 가능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는 미국 셰일 생산의 증산이 꼽힌다. 이웅찬 연구원은 “미국 셰일의 생산량은 미채굴 유정(DUC) 개수가 급감하고 신규 자본투자가 줄면서 증산이 지연돼 줄고있다”면서도 “최근 텍사스를 중심으로 생산량 회복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