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發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방어하기 좋은 종목은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2-02-15 11:14 수정일 2022-02-15 11:22 발행일 2022-02-1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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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훈련
‘러시아 침공 대비’ 군사 훈련하는 우크라 79세 할머니 (마리우폴 A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유지되는데다 잇따라 발표되는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계절성 영향에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투자자들의 불안을 낳고 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일제히 입을 모아 현금 비중을 늘리고 방어주 중심으로 대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대표적인 방어주로 꼽히는 은행, 통신과 함께 리오프닝 종목들 중에선 상대적으로 소외가 컸던 엔터테인먼트주를 제안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증권가에서는 최근 국내 증시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의 영향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지만, 핵심 원인은 미국의 소비불안과 기업가치 불확실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신증권 이경민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의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시장의 예상을 크게 하회했고, 이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경기불안과 통화 긴축정책에 대한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코스피는 상대적으로 부진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 팀장은 “한국 증시는 신흥국 증시로 분류돼있고, 대외 노출도가 높은데다 외환시장 변동성에 취약하다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기업가치와 실적 측면에서 상대적인 부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일까지 발표된 4분기 실적발표 기업들 중 미국은 77%가 시장의 전망을 웃돌았지만, 한국은 71.1%가 예상을 하회한데다 53.8%은 ‘어닝 쇼크(실적 충격)’을 나타냈다. 이 팀장은 “한국 증시가 12월 결산에 대부분 집중돼있기 때문이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경기불안, 기준금리 상승 압력 확대 등이 1분기 실적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처럼 국내 증시를 둘러싼 불안감이 커질 때는 현금비중을 최대한 확보하고 방어주로 대비하라는 의견이다. 가장 대표적인 방어주 업종으로는 지난해 4분기 기준금리 인상을 바탕으로 순이자마진(NIM) 개선에 실적 호조를 보인 은행이 꼽힌다. 유안타증권 정태준 연구원은 “은행업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코로나19 추가 충당금과 대규모 희망퇴직비용이 반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며 “국내 은행들은 위기상황이 닥쳐도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판단했다.

은행업종의 주가는 이 같은 실적호조에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강한 긴축 의지가 반영되면서 연초 이후 두드러지는 강세를 보였다. 정 연구원은 “은행업의 주가는 이달 중 실적 호조가 반영되며 전반적으로 양호한 주가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며 “다만 벌써 세번째 기준금리 인상이 이루어짐에 따라 조달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이는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의 급락으로 이어지고 있어 기준금리 인상이 종료되면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엔터주도 담아볼 만 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케이프투자증권 채현기 연구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 등을 대비해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면서도 “변동성 확대로 주가가 크게 하락할 시 엔터주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채 연구원은 “대다수 리오프닝 관련 종목이 많이 오른 반면 엔터테인먼트 업종은 크게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엔터주가 메타버스와 대체불가토큰(NFT) 등 신사업에 진출하는 점도 호재”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매출을 실적 전망의 근거로 활용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KB증권 김민규 연구원은 “주가하락으로 싼 주식이 낮아진 주식들이 많아졌으나, ‘싸다’는 것은 상승의 근거가 될 논리나 매력이 아니라 시장이 내린 결론”이라며 “밸류에이션과 실적이 오를 수 있다는 논리에서 다가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밸류에이션의 상승은 투자심리인데, 투자심리 개선 종목 후보는 투자심리가 훼손되지 않은 종목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10년 동안 연초에 이익 증가가 예상되던 기업의 실제 이익이 늘어난 비율은 51%에 그쳤기 때문에 변수를 바꿔 매출액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며 “매출성장이 실제로 일어났던 종목은 삼양식품, CJ프레시웨이, 풀무원, 하이트진로, 코웰패션, 크리스에프앤씨, 한세실업, 제이에스코퍼레이션, 서부T&D, 호텔신라, 신세계푸드, 하나마이크론, 테스나, 월덱스, 대보마그네틱, 비츠로셀 등”이라고 제안했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