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시장친화적 일자리 해법이 시급하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입력일 2022-02-27 15:35 수정일 2022-04-08 16:20 발행일 2022-02-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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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초당대 총장

입춘을 지나 조금씩 봄의 기운이 느껴지지만 고용시장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임금이 일본이나 유럽연합(EU)보다 높다고 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평균임금이 118.5%로 EU 91.7%, 일본 107%를 상회한다. 정부의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해외로 나간 국내기업의 유턴이 부진하다. 지난해 유턴 기업이 26곳에 불과하다.

높은 고용비용과 규제장벽이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경쟁국 일본에 비해 실적이 떨어지는 것은 우리 실질임금이 일본보다 가파르게 상승한 것과 관련이 깊다. 2015~2019년 제조업의 국내 일자리는 18만 명 줄어든 반면 해외 고용은 42만 6000명 늘었다. 제조업의 글로벌 생산 비중은 2015년 3.2%에서 2019년 3%로 감소했다. 공급망 병목 현상은 인플레 압력을 키워 임금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효성 있는 코로나 방역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무리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하다. 35개 주요 공기업은 2019년 1만 1238명에서 2021년 5917명으로 신입사원 채용이 거의 반토막 났다.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신규 채용이 전무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17명에 그쳤다. 국책사업 시행, 이자 지급 증가 등으로 공기업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들었다. 신규 채용은 줄어든 반면 임원 자리는 오히려 늘어나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올해도 가장 뜨거운 감자가 아닐 수 없다. 2020년 기준 청년 고용률은 42.2%, 20대 비정규직은 141만 명이나 된다. 청년 일자리 부진 이유로는 산업구조 변화, 노조 기득권, 고용정책 실패가 거론된다. 지난해 말 청년층 체감 실업률은 19.6%에 달했다. 6개월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 실업자의 절반이 2030세대다.

반면에 기업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난리다.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각하다. 2020년 대졸 취업률은 65.1%로 전년 대비 2%포인트 하락했다. 소수 강성노조가 독식하는 노동시장의 경직적 구조를 혁파하지 않는 한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는 지난하다. 성장잠재력이 큰 유니콘기업이나 히든 챔피언의 육성이 시급하다. 높은 청년실업률이 경직적 노동시장의 산물이라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민간부문이 각종 규제로 일자리 창출에 애로를 겪는 사이에 공공 일자리 비중은 2017년 9%에서 2020년 10.2%로 상승했다. 지난 4년 간 36시간 이상 일하는 풀타임 일자리가 185만 개 사라져 풀타임 고용률은 44.5%에 불과하다. 반기업적 정책이 초래한 인재(人災)가 아닐 수 없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세가 가파르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2000년 68.2%에서 2020년 59.5%로 격감하면서 저성장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 72.1%로 70%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2030년 66%, 2040년 56.8%로 급격한 하락이 예측된다. 총인구 감소, 합계출산율 하락과 함께 생산가능인구 격감으로 한국경제는 심각한 인구절벽에 내몰리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생산성에 기반한 임금 결정, 시장친화적 일자리 정책이 해법이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