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차이 나는 우리 문화 보여주자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입력일 2022-02-10 14:27 수정일 2022-09-05 10:26 발행일 2022-02-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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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한복은 우리 민족의 고유 옷이다. 치파오, 한푸는 엄연히 중국 옷이며 기모노는 당연히 일본 의상이다. 그런데 온 세계가 지켜보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이 중국 옷으로 둔갑했다. 오랫동안 슬금슬금 갉아먹던 중국의 문화 공정, 유산 침탈이 다시 뻔뻔스럽게 고개를 든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중국이 한국 문화의 원류라는 그들의 문화 제국주의가 언제까지 우리를 아프게 할 것인지 답답증과 분노가 동시에 치밀어 올랐다.

물론 중국의 소수민족인 조선족이 입는 한복이라고만 생각한다면 그다지 야단법석을 떨 필요는 없다. 조선족의 정체성이 한복에 담겨있으니. 심지어 위구르인을 개막식 성화 최종주자로 내세우고 조선족 등 소수민족들도 행사에 동원시켜 ‘중화민족의 단결’을 플렉스하려는 의도라면 지금의 문화 제국주의 논쟁은 촛점을 빗나간다. 하지만 중국의 우리 문화유산 왜곡 만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올림픽 한복’ 사건 하나만으로 온 국민들이 불같이 일어난 것은 아니다. 고대사 왜곡부터 한복, 김치까지 틈나는대로 중국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전통을 노려왔다. 

그들은 역사부터 손대기 시작했다. 2002년부터 중국의 ‘동북공정’은 고조선·부여·고구려 등 고대사 국가뿐 아니라 백제, 신라 마저 ‘중국의 지방 정부’로 탈바꿈시켰다. 위구르 등 소수민족들의 분리 독립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지만 그 파편은 유구한 우리 민족 역사의 자존심으로 튀었다. 고구려를 중국 역사로 변장시킨다면 고구려 벽화에 나오는 한복이 중국의 것이라는 그들의 논리가 오히려 자연스럽다. 2017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라는 시진핑 주석의 말을 그대로 전달해서 많은 한국인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국민들의 악감정과 달리 정부 차원의 응징이나 항의는 없었다. 역사 왜곡은 중국의 무시무시한 빅픽처의 시작에 불과했다.

2020년 이후 김치, 한복을 둘러싼 중국과의 ‘원조 논쟁’이 시작됐다. 젊은 세대에 팽배해있는 반중 감정이 김치공정, 한복공정 때문에 더 공고해진 셈이다. 거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이 우리 엔터테인먼트산업에 투자하면서 과도한 PPL을 포함시켜 부지불식간 문화적 침탈을 시도한 처사도 결코 잊을 수 없다. 조선 왕조 밥상에 중국 음식을 등장시킨 SBS사극 ‘조선구마사’는 역사 왜곡 논란 끝에 방송이 중단기도 했다. 침탈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중국의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은 포용이 아니라 지배를 그 바탕에 깔고 있다. 문화 제국주의는 당연한 인과응보일 뿐이다. 중국의 지나친 애국주의는 우리에게 문화적 매국주의로 흐를수 있다. 따라서 단순한 국내 정치외교적 차원을 떠나 접근해야 한다. 중국이 주변국의 고유한 문화를 부인해온 일련의 처사들은 분명 잘못됐다. 합심해 그 잘못을 뒤늦게나마 바로 잡아야 한다. 각당 대선 후보 등 정치권에서도 여야 막론하고 올림픽 한복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내놓았지만 정부는 공식 항의를 유보하고 있다. 그만큼 국익의 차원에서 신중해야 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만행을 언제까지 팔짱끼고 지켜봐야만 할 것인가.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고 했다. 무역 등 경제적으로 우리에게 무척 중요한 중국과 불필요하게 각을 세울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들의 문화적 잠식이 계속되면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어진다. 올림픽 한복을 뛰어넘어 우리의 문화 정체성과 자긍심을 정립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정부 뿐 아니라 방송국, 제작사 등 민간 차원에서 중국과 확연하게 구별되는 우리 고유의 문화, 전통의 뿌리를 내리고 융성시켜야 한다. 그들과 차이나는 클라스를 보여주기 위해서.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