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장수시대, 고독력이 힘이다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입력일 2022-02-09 14:09 수정일 2022-04-24 23:50 발행일 2022-02-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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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은퇴 후 찾아오는 불안 중의 하나가 외로움이다. 홀로 사는 노후가 일반화되면서 그 어떤 노후 준비보다도 외로움에 빠지지 않고 혼자서도 잘 사는 고독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고독력은 고독감 극복 능력이며, 혼자 있는 시간을 창의적으로 활용해 오히려 즐겁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즐기는 삶의 태도이다. 고독력을 익히면 노후가 행복해진다.

박효일(69) 씨는 2018년 정년퇴직했다. 퇴직과 동시에 서울의 가족 곁을 떠나 고향인 부산으로 갔다. 상속 받은 작은 건물을 관리하며 혼자 지낸다. 집에서 보내주는 많지 않은 돈으로 숙식을 해결하며 운동과 영어 공부 등 다양한 취미활동과 자기계발로 바쁜 일과를 보낸다. 가족이나 주변의 걱정에도 아랑곳없이 혼자 사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박 씨를 통해 혼자서도 잘 사는 비결을 알아보자. 그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간다. 그렇다고 남에게 손가락질 받을 일은 하지 않는다. 자존감이 충만하기 때문이다. 고독에 쉽게 빠지는 것은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못하고 주관 없이 남의 눈치를 살피는 낮은 자존감 때문이다. 낮은 자존감을 올리는 방법은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자신을 인정하고 환상 속의 자신을 버리는 데 있다. 고독력은 그 무엇보다도 자신을 소중하고 사랑하는 자존감에서 나온다.

또한, 관심을 두고 몰입하는 소일거리를 갖고 있다. 건물 관리에서 청소까지 직접 한다. 남는 시간엔 동네 헬스장에서 규칙적인 운동과 취미 활동으로 모터사이클, 자전거와 등산을 즐긴다. 배움에 대한 열정 또한 대단하다. TV 외국 채널을 통해 외국어, 국제 시사와 자연 탐사 프로를 즐긴다. 컴퓨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인문학에서 관심 있는 전문 분야까지 두루 섭력하며 탐닉하는 유별난 취향이 있다. 향후 귀촌에 대비해 관련 준비에도 여념이 없다. 혼자서도 잘 지내는 것은 아마도 그의 독특한 이런 배움에 대한 열정 때문이 아닐까?

혼자 사는 능력도 탁월하다. 퇴직하기 10여 년 전부터 요리학원에 다니는 등 미리 준비했기에 모든 집안일도 손수 해결한다. 혼자 지내는 것이 외롭고 불편하지 않으냐는 필자의 질문에 “전혀 불편하지 않다. 외로울 시간이 없다. 건강도 퇴직 전보다 더 좋아져 오랜 지병도 사라졌다. 내가 원하는 현재의 삶에 매우 만족한다”라고 말한다. 

인생이 외롭고 쓸쓸한 이유는 자기의 삶 속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고독력을 키우기 위해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신에게 먼저 집중해 자신을 잘 알고 사랑해야 한다. 아울러 고독에 내포된 성숙함, 독립심, 강인함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낯선 곳으로 홀로 여행을 떠나거나, 한적한 장소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보자. 자서전을 쓰거나 취침이나 기상 전후의 자아 성찰은 자기 안에 갇혀 있는 진심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어 좋다. 

고독력을 키우면 인간관계에서 생겨나는 스트레스나 갈등 등 불필요한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따라서 자신의 경제 상황에 맞게 분수껏 생활하는 힘도 생겨 노후의 삶이 당당해진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삶의 목적과 방향을 정하여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 수 있다. 고독력은 장수시대 노후에 꼭 필요한 필수 덕목이다.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