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노인은 잉여인간이 아니다

손현석 명예기자
입력일 2022-02-03 14:11 수정일 2022-02-03 14:13 발행일 2022-02-0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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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석기자
손현석 명예기자

우리나라 노인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 인구는 총 5174만 4876명이며, 그중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857만 1347명으로 전체인구의 약 16.6%에 해당한다. 이는 2020년에 비해 노인 인구가 42만 명이나 늘어난 숫자다.

올해는 노인 인구가 9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추세라면 2024년도에 가면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오늘날의 사회에서 노인이라는 이미지는 긍정적이지 못하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노인연구소 소장인 조지프 F 코글린 박사는 이런 편견에 찬 시각을 ‘노령담론’(Narrative of aging) 이라고 부르고 있다. 노령담론이란 ‘인간은 나이가 들면 병들고 힘없고 나약하고 무능해지므로 아무 가치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령화가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대두되고 있는 이 시대에 이런 생각을 포기하지 않으면 국가경쟁력이 급속도로 저하될 것이다. 앞으로의 사회는 노인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나라가 국가 간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지방의 한 작은 도시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지인을 만났다. 그는 퇴직 공무원 출신으로 자녀들을 다 양육해서 출가시키고, 부인과 단둘이 살고 있었다. 아들 둘은 다 직장에 다니며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어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그들 부부도 적지 않은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어 경제적으로 별다른 어려움 없었다. 그런 그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자기가 평생 가지고 있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할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 나를 만나자마자 무작정 어떤 사무실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는 십여 명의 낯선 노인들이 소파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들어가니까 모두 다 나를 바라보며 반가이 맞아 줬다. 그들의 얼굴은 내가 평소에 보던 일반 노인들과 달리 생기가 있어 보였다.

그 사무실은 바로 그 지역 퇴직 공무원들이 모이는 동우회 사무실이었고,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그 지역에서 공직자로 살다가 나이들어 퇴직한 공무원들이었다.

그들은 동우회 사무실을 만들어 놓고 함께 모여 자신들의 치적이나, 경험 그리고 힘들었던 사건들을 회고하며 오순도순 대화를 나눴다. 그러다가도 어떤 현안이 생기면 그것을 놓고 심하게 논쟁을 벌여 결론을 도출한 후 그들의 의견을 기관장들에게 전달해 정책에 반영하도록 했다. 그들의 얼굴에 생기가 돋았던 이유는 자기가 할 역할이 있다는 데 대한 만족감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이제 시대는 바뀌었다. 세계의 석학들은 ‘노인 세대를 주목하라’고 외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나라도 노인 세대의 역량과 에너지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금 노인 세대는 과거의 노인 세대와 다르다. 과거는 60세만 넘으면 벌써 노화 현상이 일어나 사회활동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70세가 넘어도 자기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젊은 노인들이 많은 세대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나라가 고령화가 되고 있다고 불평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노인 세대를 잉여 인간으로 남겨두는 사회 시스템을 바꾸고, 노인들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손현석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