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한참 기울어진 OTT 시장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입력일 2022-01-24 14:21 수정일 2022-09-05 10:26 발행일 2022-01-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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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돈이 되는 곳으로 사람이 몰리고 관심과 갈등까지 몰린다. 2020년대 이후 미디어와 콘텐츠를 장악한 OTT에는 돈, 사람 뿐 아니라 각종 논쟁도 가득하다. 코로나 사태에 폭발적으로 성장한 우리나라 OTT시장에 넷플릭스 뿐 아니라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국외 OTT까지 뛰어들면서 매일이 전쟁의 연속이다. 작년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 ‘지옥’ 등 세계적인 히트작 덕분에 우리에게 희망도 안겨줬지만 국내 OTT의 갈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앞세운 넷플릭스의 성공은 천문학적인 제작비 투입에서 비롯된다. 엄청난 제작비가 드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이유는 국내에서 매년 수백억원의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비용 구조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반면 해마다 망 사용료 부담에 허덕이는 국내 OTT들의 적자를 살펴보면 웨이브 169억원, 티빙 61억원, 왓챠 126억원(2020년 기준)에 이르고 있다. 넷플릭스의 망 무임승차 논란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OTT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한 국내 OTT 등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은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 납부하는 망 사용료의 부담을 버텨내고 있지만 넷플릭스 등 국외 CP들은 버티기 전략으로 망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었던 것. 넷플릭스는 국내에 사업자를 두고 있지 않다는 점, 글로벌 CP들의 의무를 규정하는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다는 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 등 ISP와의 직접적인 협상도 피해왔고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한 조정에도 전략적으로 응하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방법으로 망사용료의 부담을 최대한 미루려고 했다. 그러나 작년 6월 1심 재판부는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SK브로드밴드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넷플릭스는 항소를 진행 중이다. 

심지어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세금을 회피한다는 의혹까지 나온다. 2020년 넷플릭스의 국내 매출액은 4000억원대지만 법인세는 21억7000여만원이었다. 이는 넷플릭스가 국내 매출의 77%를 본사에 수수료 명목으로 넘기는 방식으로 과세표준을 낮추었기 때문이다. ‘오징어게임’ ‘지옥’ 등 K콘텐츠 덕분에 매출이 대폭 성장했다면 넷플릭스는 우리나라에서 기업가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도 뒤돌아봐야 한다. 

반면 국내 OTT 사업자들의 사업환경은 열악하다. OTT사업자들에게 동영상사업자의 법적 지위를 부여해 지원하려는 취지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의결은 작년에 통과되지 못하고 올해로 넘어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지정 절차를 도입함해 OTT 사업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방통위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42조에 따른 방송통신발전기금 부과 대상에 OTT 포함을 추진하고 있고 영화진흥위원회도 영화발전기금 부과를 고려하고 있다. 고래들의 권한 다툼에 애꿎은 국내 OTT 등만 터지는 꼴이다.

국내 OTT 시장의 승자는 현재까지 단연코 넷플릭스였으며 디즈니플러스도 패권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과연 공정한 게임의 룰이 적용되고 있는지를 면밀히 살피고 국내 OTT에 대한 역차별 환경을 하나하나씩 바로잡아야 한다. OTT 간 오징어게임은 차별없는 게임이어야 한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