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②] “M&A 실탄 장전”…증권사부터 인수 추진

이지은 기자
입력일 2021-12-15 13:47 수정일 2021-12-16 15:28 발행일 2021-12-1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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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2020 우리금융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고객신뢰 1등 금융그룹을 향한 동행경영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 제공= 우리금융지주)

23년만에 완전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금융지주의 다음 행보에 시장 관계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지주가 비은행 계열사를 인수하거나 벤처캐피탈, 부실채권 전문회사를 설립해 경쟁력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가운데서도 우리금융지주가 가장 관심을 쏟고 있는 분야는 증권사다. 하나금융지주와의 업계 3위 쟁탈전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NH농협금융지주와의 격차를 벌리려면 호실적을 거듭하고 있는 증권사를 품에 안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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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증권사를 우선순위에 둔 인수·합병(M&A)시장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2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내부등급법 승인을 획득하며 자기자본이 늘어나는 효과를 얻었다. 내부등급법은 은행계열사를 보유한 지주회사가 기업의 신용위험을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일컫는다. 이를 도입할 경우 지주사의 BIS 자기자본비율과 보통주자본 비율이 상승하게 된다. 실제로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금융은 자기자본이 2조원 가량 증대되면서 위험가중자산 기준으로 20조원 가량의 여유가 생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늘어난 자본을 기반으로 증권사 인수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앞서 이성욱 우리금융 재무담당 전무는 지난달 9일 열린 3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기존 은행과도 가장 시너지가 많이 날 수 있는 게 증권사”라며 “사실 지금 매물이 품귀 현상이라 시장에 잘 있지는 않지만 나오면 제일 먼저 인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지주가 증권사 인수에 주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증권사를 소유하고 있지 않은 곳은 우리금융지주가 유일하다. 우리금융지주의 계열사 우리투자증권은 2014년 당시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 차원에서 계열사 분리매각을 시도하면서 NH농협금융지주에 흡수됐다. 올 3분기 NH투자증권의 누적 순이익이 7425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금융은 증권사 매각으로 인해 타 금융지주에 비해 순이익이 뒤쳐지는 한계를 안게된 셈이다.

실제로 현재 증권사는 금융지주가 수익을 창출하는데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KB금융지주의 올 3분기 실적을 보면 누적 당기순이익 3조 7772억원 가운데 KB증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14.4%(5433억원)에 달한다. 총 8개의 자회사를 보유한 하나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 6815억원으로 하나금융투자가 실적의 15.3%(4411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5개의 자회사를 보유한 우리금융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과는 4815억원이 차이 난다. 증권사를 보유하게 될 경우 업계 3위를 탈환할 가능성이 충분한 상태다.

현재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SK증권, 유안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이다. 유안타증권의 경우 대만 유안타 그룹이 대주주로 자리하고 있어 인수 절차를 간소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는 G&A사모투자전문회사가 경영권을 인수한 후부터 매각설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금융은 증권사 인수 후 우리종합금융과의 합병을 시도하거나 마땅한 매물이 없을 경우 우리종금의 증권사 전환도 염두하는 등 여러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인수한 증권사와 우리종금의 합병, 혹은 우리종금의 증권사 전환, 벤처캐피탈 인수 등이 거론되는 여러 방안 중에 하나이긴 하다”면서도 “사실상 가장 1순위로 주력하고 있는 부문은 증권사 인수”라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