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시니어] 김치 종주국이라는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

정운일 명예기자
입력일 2021-12-09 14:27 수정일 2021-12-09 14:31 발행일 2021-12-1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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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일 명예기자

우리나라 사람들의 밥상에는 반드시 김치가 올라와야 한다. 김치를 먹지 않으면 속이 이글거리고 밥을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김치가 우리 생활 속에 체질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60~70년대만 해도 외국 여행을 가서 김치를 먹으면 외국인들이 코를 막고 외면받던 김치가 세계시장에서 암 예방, 면역력 증강 등 한국인은 김치 섭취로 코로나19 사망률이 타 국에 비해 현저히 낮게 인식되고, 방탄소년단(BTS) 등 K-팝 인기에 힘입어 김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만큼 김치에 관심도 고조되고 있어 자부심을 느낀다.

옛날에는‘김장은 하늘이 도와야 할 수 있다.’는 말이 전해온다. 재료 준비, 당일 날씨, 이웃과 가족 간의 어울릴 시간 등 자연환경이 잘 갖춰져야 맛있게 담글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김장행사는 전통 사회의 두레나 품앗이처럼 이웃 간 노동력을 교환하는 대표적인 행사다. 가족들이 1년에 한 번이라도 모여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계기가 되기도 했으나, 오늘날에는 특별한 경우에만 찾아볼 수 있어 아쉽기만 하다.

정부에서는 김치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 김치의 영양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020년 11월 22일을‘김치의 날’로 제정하여 매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김치의 날’을 맞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영국 레스토랑 44개 점과 함께‘코리안 김치 페스티벌 2021’을 개최했다고 한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한국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김치 수출 통계에 따르면 영국에 57.4% 증가한 480만 달러, 미국에 61.7% 증가한 1130만 달러, 전 세계 김치 수출은 44.3% 증가한 7470만 달러로 눈부신 성과를 거두어 효자상품이 되었다. 앞으로 김치산업의 눈부신 발전이 기대된다.

옛날에는 김장은 겨울 농사를 짓는 것이라고 큰 행사였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일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땅속에 김칫독을 묻어 삿갓지붕을 만들고, 토굴 속에 김칫독을 보관하여 발효된 김치를 맛있게 먹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땅속 온도가 김치 발효에 최적이라는 것을 알고, 김치냉장고를 만들어 맛있는 김치를 매일 먹을 수 있어 다행이다. 세계에서 이런 냉장고를 만든 나라가 많지 않을 것이다.

2013년 한국의 김장문화가 세계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며 이웃 간 나눔을 실천하고, 공동체 연대감 형성, 개인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증대시켰다는 것이 등재 이유라니 훌륭한 조상들이 물려준 소중한 문화유산임에 틀림없다. 다른 문화유산들과 다르게 전 국민이 전수자로 김장문화를 계승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을 갖는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전수자가 되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자부심을 갖는다.

김치는 매운 맛이 강하고 특유한 맛과 냄새 때문에 외국인이 익숙하기 어렵다. 따라서 세계인을 대상으로 활발한 시식회를 통해서 김치와 친숙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김치를 위생적으로 관리하고 품질을 향상시켜 김치 종주국이라는 자존심을 영원히 지켜야 한다.

정운일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