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모두에게 축복받는 죽음

전태권 명예기자
입력일 2021-12-02 15:50 수정일 2021-12-02 15:51 발행일 2021-12-03 13면
인쇄아이콘
<시니어 칼럼>
전태권명예기자
전태권 명예기자

천수를 누리신 104세 어르신의 존경 받을 삶을 본받고 싶다.

지난 11월, 수확하는 만추의 계절이었다. 대봉 감나무 최상단 가지에 홍시 하나가 석양 햇볕에 곱게 물들었다

우리 경로당 상(上)어르신 민00 회원님이 104세로 천수를 다 누리시고 하늘나라로 떠나가신 2021년 11월 3일 08:20분…

하느님께서도 고인의 고매한 인격과 품성을 내려다 보신 듯 발인 날까지 3일간 청명한 날씨였다.

경로회원들 여러 사람들이 ‘상 어르신 마음씨처럼’ 죽음도 축복을 잘 받으셨고 계절도 날씨도 좋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을 듣고 나도 모르게 반성하게 되었다. 내 죽음도 여러사람 입에서 이렇게 덕담으로 좋은 뒷이야기 거리가 될까? 반성이 된다.

민00 회원님이 100세가 되신 생신날 ‘어르신 호칭을 상 어르신’으로 부르도록 회원들에게 제안하자 회원 모두 100% 동감 표시로 박수로 호응했다.

민 어르신께서는 부족함이 많은 사람인데 무슨 상 어르신이냐? 고 사양 하셨다.

평소 명심보감을 반복해 읽으시고 쓰시고 외우시고 실천하셔서 언행이 흐트러짐이 없으셨다.

경로 회원들과 대화할 때 옳고 그름을 부드러운 말로 조용하게 설득하셔서 정신적 지주가 되셨고 경로당 분위기를 좋게 조성해 주셨다.

상 어르신 생전 100세시에 조그마한 보람스러운 일 하나는 상 어르신의 아파트에서 경로당에 오시는 사거리 급경사길에 2018년도 조경석 원통 쉼돌을 설치해서 오시고 가실 때 가뿐 숨을 안정시키도록 한일이였다.

그 당시 큰아드님이 아들도 생각 못한 쉼돌을 회장님이 설치하셨다고 고맙다고 인사했었다.

102세시 어느날 평소와 달리 손가락 진주 반지를 끼우고 오셔서 ‘이 반지를 살아 생전에 큰 며느리에게 주고자 한다’고 말씀하셨고 며느리 생일날 선물로 주셨다.

지나고 보니까 103세부터 거동이 불편하셔서 훨체어 타고 경로당에 오고 가실 때부터 죽음을 예감하시고 현명한 정리 준비를 하셨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2021년 11월 3일 사망 3일 전날부터 혼자 식사 못하시고 건강이 나빠지셔서 큰 아들이 병원 입원을 권하자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고 거절하시고 아들 며느리 딸 손자들을 다 모이도록 했다.

모인 가족들에게 현금봉투 하나씩 나눠주시며 그간 고마웠다고 말씀하시고 주변을 정리하셨다는 큰아들 말을 듣고 보니 죽음을 예감하시고 미리 지혜스러운 죽음까지 준비하신 것 같다.

상 어르신 민00님의 생을 본받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 올립니다.

전태권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