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제18회 쇼팽콩쿠르 파이널리스트 이혁 “즐거웠으니 됐다!”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1-10-21 19:00 수정일 2021-10-21 21:12 발행일 2021-10-2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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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콩쿠르 최종 라운드에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 중인 피아니스트 이혁(사진=실시간 스트리밍 캡처)

“무대 위에서는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아요. 항상 그 순간을 즐길 뿐이죠. 우리가 음악을 배우는 이유는 무대에 서기 위해서 잖아요. 그러니 무대는 항상 즐거워요.”

폴란드 바르샤바 내셔널 필하모닉 홀에서 진행된 제18회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International Frederick Chopin Piano Competition, 이하 쇼팽콩쿠르) 파이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2000년생 피아니스트 이혁은 주최 측과의 인터뷰에서 무대 위 ‘즐거움’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았다. 콩쿠르 결과 순위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두 대회 연속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파이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값진 행보였다.

이혁은 20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널 라운드에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Piano Concerto in F Minor, Op, 21)을 바르샤바 필하모닉(The Warsaw Philharmonic)과 협연했다. 초반 다소 긴장한 듯했지만 금세 오케스트라와 조화를 이뤄내며 파이널 라운드를 마친 이혁은 연주 막바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마지막 연주 후 쇼팽콩쿠르 측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혁은 “현엽은 언제나 새롭고 어렵지만 좋았다”며 “모든 악보가 경이로웠다”고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처음 연주했던 12살 때 받은 충격을 털어놓았다. 

이혁은 3세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를 시작해 2012년 제8회 모스크바 국제 청소년 쇼팽 피아노 콩쿠르, 2016년 제10회 파데레프스키 성인 피아노 콩쿠르 드에서 최연소 우승자로 두각을 나타냈다. 피아노는 물론 바이올린, 체스, 코딩 등에도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혁은 2012년부터 두산연강재단의 유일한 음악 장학생으로 16세에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악원에 입학해 블라디미르 옵치니코프(Vladimir Ovchinnikov)를 사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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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콩쿠르는 18일 저녁 6시부터 4명씩 3일간 진행되는 파이널 라운드에서 ‘피아노 협주곡 1번’(Piano Concerto in E Minor, Op, 11)과 ‘피아노 협주곡 2번’과 중 하나를 연주하도록 하고 있다. 이 중 이혁이 연주한 ‘피아노 협주곡 2번’은 경연에서는 꺼리는, 까다롭고 예민해 난이도가 높은 곡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에 대부분의 참가자는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선택하곤 한다. 올해 역시 이혁을 포함한 이탈리아의 알렉산더 가지예프(Alexander Gadjiev)와 스페인의 마틴 가르시아(Martin Garcia) 단 3명의 참가자만이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했다. 조성진이 우승하던 17회 콩쿠르에서도 단 한명이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했으며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하고 우승을 거머쥔 이는 1980년 당 타이 손(Dang Thai Son) 이후 없을 정도다.
쇼팽 콩쿠르는 1927년부터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5년에 한번씩 열리는 대회로 전세계의 내로라하는 피아니스트들이 참가해 경연을 펼친다. 2015년 조성진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우승을 거머쥐며 더욱 이슈가 된 콩쿠르이기도 하다. 2005년 공동 3위를 차지한 임동민·임동혁 형제 피아니스트와 손열음 등도 이 콩쿠르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피아니스트들이 ‘꿈의 무대’로 꼽는 올해의 쇼팽콩쿠르에는 87명의 참가자가 예심을 거쳐 본선에 진출했고 한국은 7명이 이름을 올렸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해 늦게 치러지며 기다림이 길었던 쇼팽콩쿠르는 우승자 발표까지 유난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애초 “오늘 우승자를 발표한다”(The name of the winner of the 18th Chopin Competition in Warsaw will be announced today)고 알린 콩쿠르 측은 ‘오늘’을 훌쩍 넘긴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수상결과를 발표했다.
장고 끝에 이름이 불린 제18회 쇼팽콩쿠르의 우승자는 캐나다의 브루스 시아오유 리우(Bruce Xiaoyu Liu)다. 2위는 이탈리아의 알렉산더 가지예프와 일본의 교헤이 소리타(Kyohei Sorita), 3위는 스페인의 마틴 가르시아, 4위는 일본의 에이미 고바야시(Aimi Kobayashi)와 폴란드의 야콥 큐슐릭(Jakub Kuszlik), 5위는 이탈리아의 레오노라 아르멜리니(Leonora Armellini), 6위는 캐나나다의 제이제이 준리 부이(J J Jun Li Bui)에 돌아갔다.
협찬사인 폴란드 라디오(The Polish Radio)의 ‘마주르카’상, 바르샤바 필하모닉의 ‘콘체르토상’, 크리스티안 짐머맨(The Krystian Zimerman)의 ‘소나타상’은 각각 폴란드의 야콥 큐슐릭, 스페인의 마틴 가르시아, 이탈리아의 알렉산더 가지예프가 거머쥐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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