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시니어] 환경보호, 마음먹기 나름

손현석 명예기자
입력일 2021-10-21 13:44 수정일 2021-10-21 13:46 발행일 2021-10-22 13면
인쇄아이콘
손현석기자
손현석 명예기자

오래전 동해 바닷가에 있는 한 작은 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마을 앞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너무나 아름다워 감탄을 금치 못한 기억이 있다. 수년 후에 다시금 그 마을을 찾을 기회가 있어 예전의 모습을 잔뜩 기대하고 갔다.

하지만 예전의 아름다운 풍광은 다 사라지고, 마을 곳곳에 쓰레기더미만 가득 차 있었다. 그곳의 경치가 아름답다는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로 인해 그 마을의 환경이 다 망가져 버렸다는 것이다.

이 모습을 보면서 ‘아무리 좋은 곳도 사람이 모이기만 하면 다 망가져 버리는구나!’ 하는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역시 모든 환경 파괴의 주범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고정적인 관념이 깨지는 계기가 있었다.

2007년 12월에 충남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 앞바다에서 1만 2547㎘의 기름이 바다로 쏟아지는 기름 유출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는 순식간에 바다를 시커먼 기름띠로 뒤덮어버린 사상 최악의 해양오염 사고였다. 당시 세계 각국의 환경 전문가들은 “수십 년이 걸려도 태안 앞바다는 다시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며 “장기적인 생태·환경 파괴가 일어날 것”이라는 매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국립공원관리공단 유류오염센터가 진행한 생태계 영향 장기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2008년 69.2%에 달했던 태안지역 잔존 유징이 불과 7년이 지난 2014년에는 0%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태안지역이 기름 유출 사고 이전으로 완전히 회복된 것을 뜻한다. 전문가들도 회복 불가능하다고 판정한 태안의 자연경관이 회복된 것은 당시 전국에서 모여든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 때문이다. 그들은 누가 시키거나 강요하지 않았는데도 모여들어 양동이로 기름을 퍼 나르고, 바위 사이에 낀 기름을 일일이 헝겊으로 닦아내면서 열심히 수고한 결과, 마침내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느냐, 망가뜨리느냐는 사람의 마음이 결정하는 것임을 알게 됐다. 바닷가 작은 마을을 오물을 뒤덮어버린 것도 사람이고, 태안에 찾아와 기름띠를 제거해서 자연환경을 완벽히 회복시킨 것도 사람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이 세상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오늘날 세상은 엄청난 환경재앙 속에 빠져들고 있다. 프레온가스 배출로 인해 오존층이 파괴되고,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들고 있다. 이로 인해 그곳에 살고 있던 동물들이 살 곳을 잃어버리고 떠돌아다니고 있으며, 작은 섬나라들은 영토가 물에 잠기면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또한 지구촌 곳곳이 국지적인 홍수와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지진 등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

이러한 재해를 불러일으키는 존재는 바로 사람이다. 나만 편하면 되고, 내 나라만 잘살면 된다는 개인과 국가의 이기심이 지구촌에 대재앙을 불러오는 것이다. 이러한 재앙을 일으키는 존재가 사람이듯 이러한 재앙을 막을 수 있는 존재도 사람이다.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태안으로 몰려들어 해안가 자연재해를 막아낸 것처럼 온 인류가 힘을 합치면 이 세상의 모든 자연재해도 막아낼 수 있는 기적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손현석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