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날쌘경영과 투명경영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입력일 2021-08-25 13:57 수정일 2021-08-25 13:58 발행일 2021-08-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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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칭기스칸은 항상 승리했다. 전광석화같이 빨랐기 때문이다. 질풍노도와 같이 말을 달려 적을 순식간에 궤멸시켰다.

당시 유럽기사단 갑옷과 전투무기의 무게는 70㎏이었다. 반면에 칭기스칸 쪽은 7㎏밖에 되지 않았다. 유럽병사들은 철갑통으로 된 갑옷을 입었다. 또 긴 창을 가지고 다녔다. 위풍은 당당하고 그럴싸했지만 둔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칭기스칸군은 얇은 철사로 된 스프링을 넣은 가벼운 옷을 입고 전투에 임했다. 당연히 날쌨다. 말과 한 몸이 되어 자유자재로 움직여서 적을 격파할 수 있었다.

GE의 전 회장 잭 웰치는 과감하고 단호했다. 그의 ‘10% 꼬리 잘라내기’는 잔인했다. 그는 ‘활력곡선(Vitality curve)’을 활용해 조직구성원을 핵심정예(20%), 중간층(70%), 하위(10%)로 구분했다. 그리고 하위 10%에 대해서는 상시 정리해고 시켰다.

이 제도가 시행된 지 3년 만에 문제사원이 거의 제거되어 관리자들이 10% 선정에 곤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칙을 계속 밀고 나갔다. 그래서 그는 CEO재임기간 20년에 걸쳐 엄청나게 기업 가치를 증대시켰다.

그러나 오너의 혈육이나 친인척이 군데군데 박혀있으면 우선 공정평가가 어렵다.

오너군이 각별히 끼고 도는 이들에 대한 평가가 순수 샐러리맨 임직원 입장에서는 쉬운 일이 될 수 없다. 더군다나 끼고 도는 이들에겐 늘 뭔가 은밀하고 야릇한 냄새가 나는 그런 일들이 존재하는 한 ‘꼬리 잘라내기’는 제쳐 놓고라도 평가 자체가 모두 허위이기 쉽다. 이래서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가치의 중요한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주가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은밀하고 야릇한 냄새는 거의 두말할 필요없이 거짓과 부패에서 난다. 2001년 미국의 대형에너지기업 엔론은 1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것이 적발돼 파산됐다.

엔론은 1985년 휴스턴 천연가스와 인터노스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이 인수합병(M&A)으로 엔론에는 50억 달러의 채무가 발생했다. 그런데 케네스 레이 당시 엔론회장은 이 채무가 드러나는 것이 부채가 신뢰를 깎아 매출증대에 손상을 입힐까 염려했다.

결국 이들이 선택한 것은 분식회계와 회계조작이었다.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엔론의 빚을 이 회사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부채를 떠넘긴 것이다. 엔론은 이 법인에게 ‘지급보증’을 해줬지만 엔론재무재표에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세는 확대됐다. 공격적으로 투자했고 씀씀이는 헤퍼졌다. 이러는 사이 회사는 점점 망가졌다. 결국 이들의 회계조작을 묵인해줬던 회계법인 아더 앤더슨도 손을 들고 말았다.

회사는 파산했고 레이 회장과 참모는 경제사범으로 각각 24년 4개월, 24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미국에서는 철저히 응징되고 기업의 투명경영에 대해 진일보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에선 어떤가? 2015년 한국대표적 재벌기업 계열사인 ‘S사·J사 합병’과정에서 특수목적법인격인 ‘J바이오’라는 기업을 만들어 J사의 기업가치를 부풀려 3세 경영세습을 통한 후계구도를 강화하려는 시도에 대한 재판은 아직까지 진행중인 대형 사건이다. 국가경제 기여를 감안하더라도 두고 볼 일이다.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