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은퇴자 창업 성공의 조건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입력일 2021-08-26 14:09 수정일 2021-08-26 16:34 발행일 2021-08-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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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은퇴 후에도 계속 수입을 얻기 위한 방안으로 주로 두 가지를 갖고 고민한다. 재취업을 하거나 창업이다. 재취업을 선호하나, 이는 하늘의 별 따기이다. 어쩔 수 없이 창업에 뛰어들지만, 성공률이 낮다. 창업에 실패하는 은퇴자에게는 3가지의 특징이 있는 것 같다.

이정운(59세) 씨는 2016년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그만두었다. 재취업이 어렵고 평소 월급쟁이 생활에 환멸을 느낀지라, 퇴직금으로 프랜차이즈 카페를 차렸다. 독립해서 주인이 되니 기쁜 나머지 의욕이 넘쳤지만, 1년 만에 접었다. 이 씨는 필자에게 “창업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너무 많아 고민하느라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직장 근무 시에는 회사 일로 잠 못 자며 밤을 새워본 적은 없었다. 회사 일을 이렇게 열심히 했더라면 임원도 될 수 있었을 텐데…”라며 직장 근무 시의 수동적인 자세와 섣부른 창업을 후회했다.

그렇다, 준비 없이 시작한 창업이 성공하기 어렵다. 특히 잘나가던 대기업에서 정해진 규칙대로 살다가 은퇴한 경우라면 말할 나위가 없다. 마치 장기수가 교도소를 갓 출소한 마냥 사회 물정을 모른다. 그런데도 자신을 직장 근무 시의 능력으로 과대평가한다. 은퇴 창업 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사항은 자신에게 창업가의 역량과 자세가 갖춰져 있는지다. 직장과는 달리 창업은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걸 혼자 해결하고 책임지기 때문에 수동적인 샐러리맨 사고방식으로는 곤란하다.

이정운 씨의 사례처럼 은퇴자 창업 시 가장 많이 간과하는 실수가 바로 이 점이다. 사회 물정을 파악하고 창업가의 역량과 자세를 갖추려면 최소 1~2년의 시간적 여유와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창업 전문 교육은 필수이며, 바로 시작하기보다는 알바 등을 통해 충분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

다음이 생계형 창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대표적인 생계형 창업은 치킨집이나 소규모 음식점이다. 전문성이 필요 없다 보니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은퇴자 창업은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분야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직장에서의 경력과 노하우를 토대로 관련 업종을 창업하는 경력활용형 △취미 생활을 전문가 수준으로 만들어 창업하는 취미 연계형 △지역 사회에 자신의 커리어나 재능을 기부나 봉사하는 일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봉사형 등이다. 이런 창업은 시간이 다소 걸리는 단점은 있으나, 소자본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실패해도 원금 손실이 적다. 아예 전문분야가 없다면 차라리 3~5년 정도 기술을 배운 후에 준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 이참에 농촌이나 어촌, 산촌으로 귀향해 창업의 개념으로 새로운 도전을 해봄직도 하다.

마지막이 혼자 독단으로 운영하는 창업이다. 과거에는 동업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바뀌고 있다. 리스크를 분산하거나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는 공동 창업이 바람직하다. 힘든 일도 함께하면 좋은 성과를 낸다. 부부와 공동 창업 혹은 아내의 특기를 살려 아내의 창업을 돕는 것도 좋다. 자녀 세대와의 창업도 좋다. 나이 든 세대와 젊은 세대가 짝을 이루면 환상적인 조합이 될 수 있다. 전문가의 컨설팅과 주변의 조언도 경청해야 한다.

은퇴자 창업은 날로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 더욱 확대될 것이다. 노후 자금을 투자하는 은퇴자 창업이 실패하면 노후파산이 되기 쉽다. 무엇보다도 창업에 들뜨거나 서두르지 말고 신중한 의사결정과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정부의 지원과 대책 마련도 절실하다.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