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칼럼] 탄소중립 2050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설립자
입력일 2021-08-22 15:21 수정일 2021-08-22 15:24 발행일 2021-08-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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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안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설립자

여름마다 찾아오는 폭염과 홍수, 봄 가뭄과 산불, 스콜(squall)과 같은 소나기.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의 결과들이다. 조속한 탈 탄소화가 필요한 이유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파리협약에 복귀했고. 중국 시진핑 주석도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세계 각국이 탈 탄소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 계획을 세우고 있다. 탄소중립위원회는 최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한 바 있다.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다. 제1안은 기존 체계와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기술 발전 및 원·연료 전환을 고려한 것이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은 2018년에 비해 96.3% 감소한다. 제2안은 1안보다 화석연료를 줄이고 생활양식 변화를 통해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하는 안이다. 순배출량을 97.3% 감축한다. 마지막 3안은 화석연료를 과감히 줄이고 수소공급을 전량 그린수소로 전환해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100% 감축한 제로(0) CO2eq를 목표로 한다.

각 대안은 석탄발전 유무, 전기수소차 비율, 건물에너지 관리,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등 핵심 감축수단을 서로 다르게 적용한 결과다. 에너지 전환, 전기·수소차 보급률, 제철업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탄소감축 등 에너지 전반에서의 탄소감축을 망라하고 있다. 다만 그 내용이 아직 초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 대대적인 수정과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첫째, 제철업 등을 포함한 CO2 과배출 산업의 탄소중립 전환 방안이 비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제철업은 고로를 100% 전기로로 바꾸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전기로로는 자동차나 가전용 강판, 조선용 후판 생산이 불가능하다. 고로를 수소환원 제철로 전환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나 이를 위한 정부 차원의 R&D 투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둘째, 전기·수소 모빌리티 전환도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다. 전기·수소 충전을 위한 인프라가 턱없이 미흡하다는 한계가 당장 눈앞에 보인다. 여기에 더하여 이들 모빌리티의 에너지원으로 추가되어야 하는 그린 전기 공급이 현재로서는 비현실적이다. 이것은 에너지 전환 분야의 현실성에 대한 의혹을 초래한다.

셋째, 모빌리티 에너지를 원유에서 전기·수소로 전환할 경우 우리의 전기 에너지 수요는 급증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은 대폭 축소하도록 되어 있다. 늘어나는 수요와 줄어드는 공급을 해결하는 방법은 에너지 다소비 산업을 해외로 내보내는 것이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에너지 소비를 효율화하는 정책을 추진해왔고 그 결과 상당수의 제조업 기반을 한국에 넘겨줘야 했다. 그에 따르는 일자리도 포함해서다. 탄소배출을 줄이면서 산업기반과 일자리를 국내에 지키고 싶다면 에너지 전환계획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2050 탄소중립은 기업, 국민, 정부의 모든 주체가 온 힘을 모아도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과제다. 그럼에도 탄소중립의 목표는 피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2050 탄소중립 계획은 첫발을 떼었다는 데에 의미를 두고, 보다 현실적인 계획을 수립해야할 것이다.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설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