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부동산 시장은 '무정부 상태'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입력일 2021-08-18 14:00 수정일 2021-08-18 14:02 발행일 2021-08-19 19면
인쇄아이콘
2021071301000762300031481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26차례나 남발했지만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은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고점이라는 경고성 발표에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흡사 ‘부동산 무정부 상태’에 빠져든 모습이다. 이처럼 부동산시장이 혼란에 빠진 이유는 정부가 시장상황과 맞지 않는 대책을 남발하다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시장상황과 맞지 않는 대책은 한 두건이 아니다.

먼저,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를 도입했다가 폐지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투기를 막겠다고 재건축 조합원의 경우 2년 이상 실거주자에게 입주권을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 제도가 기존 세입자를 내 쫓고, 전세물량 부족을 불러와 전세가격 급등으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폐지했다.

또한 등록주택임대사업자 제도를 둘러싼 혼선도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2017년 12·13대책에서 등록임대 제도를 활성화하겠다면서 등록주택임대사업자에게 각종 세제·대출 특혜를 줬다. 그 후 이 제도가 다주택자를 양산하고,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적되자 등록주택임대사업자들을 집값 과열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정책을 번복하는 행보를 보였다.

그리고 계약갱신청구권의 도입 시기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한 2년이 종료되면, 세입자가 2년 더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이다. 문제는 공급이 부족해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시점인 2020년 7월 말에 도입해 불붙은 시장에 기름을 붙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가장 큰 잘못은 집권 초반부터 공급이 충분하다는 오판으로 공급 확대보다는 수요 억제에 치중한 것이었다. 수요 억제책의 하나로 강남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대해 핀셋규제를 시작하는 바람에 풍선효과가 서울 전역에서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다 결국에는 국토 전체가 투기판으로 변하고 말았다. 집권 초반부터 꾸준히 공급을 확대해야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었는데도 수요 억제로 일관하다 시장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자 올 초부터 갑자기 공급확대 정책으로 급선회했지만 골든타임을 놓친 뒷북대책이 되고 말았다.

올 초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4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평균 79% 상승했다고 발표하였다. 또 다른 통계를 보며 문재인 정부 4년간 서울지역 3.3㎡당 아파트 매매가격은 86.5%, 전세가격은 39.9%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실패를 교훈 삼아 두 번 다시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정부의 발표를 믿고 집을 사지 않고 버티던 무주택 서민들은 ‘벼락거지’가 된 것은 물론이고, 폭등하는 전월세로 점점 고통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데도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지금도 동반 상승하고 있고, 정부의 금리인상 예고와 한국은행을 비롯한 정부기관의 경고성 발언도 안 먹히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통제 불능의 무정부 상태로 빠져 들고 있다. 향후 1~2년간은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이고, 정부도 뚜렷한 대책이나 해결책을 내놓을 것이 없어 보인다.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