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이재명·이낙연 네거티브 공방, 유권자는 없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입력일 2021-08-08 12:56 수정일 2021-08-08 12:57 발행일 2021-08-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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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사진)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차기 대권 구도가 폭염이나 올림픽 경기 열기만큼 뜨겁다. 아니 더 치열하게 뜨겁다. 차기 대통령 선거가 딱 7개월이 남았다. 앞으로 7개월 후면 다음 대통령이 결정된다. 여야 모두 차기 대권 국면으로 본격적으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국민의힘 입당으로 당과 밀당을 해왔던 윤석열 후보는 지난달 30일 전격적으로 당에 합류했다. 최재형 후보는 4일 날 출마선언을 한 이후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한 영남 방문을 서둘렀다. 한편 예비 경선을 마치고 본 경선에 들어간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권 구도는 이재명과 이낙연 두 후보의 네거티브 경쟁으로 과열 양상이다. 여권 경쟁의 핵심은 호남과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호남 지지를 더 받기 위해 두 후보가 경쟁하는 가운데 ‘백제 논란’이 불거져 나왔다. 친문 지지를 받기 위해 17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까지 소환되었다. 이재명 후보측에서 이낙연 후보가 탄핵에 찬성했는지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무기명으로 이뤄진 당시 탄핵 투표에서 반대 2명이 있었는데 이낙연 후보는 ‘반대’였다고 입장을 밝혔다. ‘백제’와 ‘노무현 전 대통령’ 논란은 모두 표를 얻기 위한 네거티브 공방이다.

선거에서 네거티브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방을 끌어내리기 위함이다. 상대 후보를 조금이라도 존중하거나 상생과 화합의 선거 경쟁을 원한다면 네거티브를 생각하기 어렵다. 그만큼 후보자 뿐만 아니라 후보자 주변의 지원 세력까지 선거는 반드시 이겨야만 되는 ‘전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적에 대한 배려나 금도는 없는 법이다. 무조건 이겨야 되는 ‘정글의 법칙’만 적용될 뿐이다. 사전적 의미를 동원해 풀이해 보면 ‘각종 선거 캠페인에서 상대방에 대한 긍정적 접근보다는 약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치명적인 의혹을 부풀리기’로 해석된다. 우리보다 선거 문화가 앞서 있다는 미국과 유럽도 선거에서 네거티브 접근 방법은 등장한다.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향해 셀 수도 없이 많은 마타도어와 흑색선전을 쏟아 부었다. 클린턴 후보가 한 행사장에서 휘청거린 모습을 놓고 ‘건강 악화로 대통령 직무 수행 불가’라는 의혹까지 퍼트리며 상대 후보를 네거티브로 몰아붙였다. 그런데 미국 선거에서 네거티브를 관찰해 보더라도 주로 본선이다. 당내 경선에서 네거티브 공방이나 흑색선전으로 점철되지는 않는다.

예비 경선의 ‘바지 논란’ 이후 본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후보 사이에 ‘소 잡는 칼, 닭 잡는 칼’ 논란이 빚어졌다. 서로의 성과에 대해 혹평을 하며 들이댄 비유다. 두 후보의 네거티브는 송영길 당 대표를 비롯한 당내 인사들까지 우려할 수준이다. 실제로 여론조사에서 감지되는 여파는 어느 정도일까.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3~4일 실시한 조사(전국1005명 유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 응답률4.6%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각 후보별로 호감과 비호감’을 물어보았다. 주목할 만한 결과는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윤석열과 최재형’ 두 후보 모두에게 호감을 가지는 비율은 52.1%나 되지만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 ‘이재명과 이낙연’ 두 후보 모두에 호감을 가지는 비율은 27.4%밖에 되지 않는다. 지지층마저 타격을 받았다. 여당의 두 후보는 연일 서로에 대한 검증을 강조하며 네거티브를 총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을 더 알고 싶어 하는 유권자를 위한 자리는 도무지 찾아보기 어렵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