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왜 아닐까?(Why not)의 질문법

김시래 성대 미디어융합대학원 겸임교수·인터넷신문 광고심의위원
입력일 2021-08-04 14:22 수정일 2021-08-04 14:45 발행일 2021-08-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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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 성대 미디어융합대학원 겸임교수·인터넷신문 광고심의위원

“방송과 사랑과 비행기의 공통점이 뭘까요? 출발할 때 에너지가 많이 든다는 것이죠.”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나오는 대사다. 방송 DJ나 비행기 조종사, 사랑을 얻으려는 연인들 모두 시작에 필요한 추진력을 얻는 것은 어렵지만 일단 불만 붙으면 순풍의 돛을 달아 자가발전의 동력이 생겨난다는 이야기다.

관점은 널려진 데이터나 정보 간의 유사성을 발견해 통찰력을 얻는 과정이다. 스티브 잡스가 발명한 스마트폰도 접촉과 접속이라는 인간의 공통 욕구를 관찰한 결과다. 문제는 자기만의 해석력이 가미되어야 대상의 가치를 높이거나 사람을 모으는 솔루션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남다른 해석력은 어디서 생겨나는 것일까. 남다르다는 말 자체에 힌트가 있다.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생각의 반대편으로 가라. 사람들이 기웃거리지 않는 곳, 차별화의 포인트가 자리 잡은 곳이다. 그 곳에 광맥이 흐르고 있다.

한국민속촌에 가면 관객이 북적거리며 줄을 서는 곳이 있다. 조선시대의 주막집으로 연출된 장터 국밥집이 아니다. 공중에 매달린 줄 위로 공중제비를 돌며 곡예를 보여주며 애간장을 태우는 남사당패의 공연장도 아니다. 지나가는 가족들이나 커플을 상대로 ‘개콘’을 흉내내는 점집이다. 그 곳에선 점술사가 여자 손님에게 점을 봐준다며 손금을 들여다보다 자기 스타일이라며 전화번호를 따려고 수작을 건다. 신기한 표정으로 들르는 외국인들에겐 이국에서 겪는 객지 생활의 에피소드를 묻고 대답하며 그들의 향수병까지 달래준다. 발을 곧추세우고 고개를 집어넣고 관람하는 남녀노소는 너나없이 키득거리며 스마트폰으로 이 장면을 찍어 어디론가 퍼나른다. 점집에서 웃겨보자는 역발상이 께름직하고 으시시한 분위기를 밝고 재미있는 공연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웃기는 점집은 다수의 고정관념을 뒤엎은 소수의 관점이 작동한 결과다.

호주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호주 멜버른에는 ‘재플슈츠(Jafflechute)’라고 하는 샌드위치 가게가 있다. 문제는 이 샌드위치 가게가 7층에 있다는 것이다. 편의식 점포는 1층이나 지하철역에 위치한다. 빨리 한끼를 때우거나 포장해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7층까지 올라가서 샌드위치를 포장할 고객이 있을 것이라는 발상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들 역시 보편적인 생각의 반대편으로 갔다. 샌드위치를 낙하산에 달아 1층에서 기다리는 고객들에게 던져 준 것이다. 미리 온라인으로 주문을 한 고객은 하늘에서 떨어진 샌드위치를 배달받는 순간을 덤으로 맞이한다. 점포의 임대비도 아끼고 고객들에게 짜릿한 경험이 담긴 샌드위치도 선물해주게 된 것이다.

사람들이 쳐다보지 않는 ‘소수의 관점’에 주목해보자. 새벽배송으로 시장을 뚫은 마켓컬리나 안경을 패션으로 이해하고 박물관 같은 매장을 꾸며놓은 젠틀몬스터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보다 쓰지 않고 먹지 않는 사람들, 만족하는 사람들보다 불편해하는 사람들에게서 해답을 얻는다. 왜(Why)가 아니라 왜 아닐까(Why Not)라고 묻는다. 그래야 전혀 다른 솔루션으로 시장의 빈 곳을 찾아낼 수 있다. 질문의 방법을 바꿔보자. ‘소수의 관점’이 새로운 비즈니스의 시장을 열어간다.

김시래 성균관대 미디어융합대학원 겸임교수·인터넷신문 광고심의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