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저축은행 구조조정 10년, 이제는 자생력 키워줘야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입력일 2021-08-01 14:49 수정일 2021-08-02 15:46 발행일 2021-08-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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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환경개선을 위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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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금융권에는 징크스가 있다고들 한다. 소위 ‘10년 위기설’이다. 올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발생한 이른바 ‘저축은행사태’를 겪은 지 만 10년이 되는 해다. 2011년 부산저축은행의 전격 영업정지를 시작으로 무려 27개 부실 저축은행이 문을 닫게 된 사건이다.

당시 필자는 금융감독원 저축은행 검사국장으로서 총인원 350여 명으로 구성된 검사팀을 이끌며 80개가 넘는 전체 저축은행에 대해 경영진단이란 명목으로 사실상의 검사를 진두지휘했다.

수술을 단행한 직후인 2012년 말 기준으로, 자산이 50조원에서 지난해 말 92조원이 되었고, 건전성 면에서도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5%에서 2년 후 14%대로 높아졌고 현재까지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0여년 전 저축은행 업계의 구조조정 과정은 말 그대로 ‘전광석화’ ‘속전속결’로 진행되었고 ‘읍참마속’의 결정도 있었다. 일부 부도덕한 오너와 경영자들이 사법적 판단을 받은 것은 자업자득이었지만 돌이켜 보면 우리 경제가 성장해 오면서 부딪힌 일련의 과정에서 파생된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1997년 IMF 외환위기의 파편은 은행도 피해갈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 은행이 생긴 이래 여러 개가 문을 닫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공적자금을 투입해 예금자를 구제했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은행들은 과거 대기업 위주의 대출영업을 가계 및 중소기업에까지 확대했다. 1998년 1월 사치향락업, 투기자금 등 소위 ‘여신금지업종’에 대한 은행의 대출금지 규제가 폐지되면서 사실상 저축은행의 영업 기반이 흔들리게 된다.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던 저축은행은 공격적 소액신용대출, PF대출 등으로 홍역을 치르게 되었고, 그로 인해 평판리스크마저 극심하게 추락하고, 더하여 외환위기 때 은행들이 문을 닫았을 때와는 달리 해결 과정에서 ‘네 죄를 네가 알렸다’고 몰아세우다 보니 과도한 예금보험료 부담 등으로 서민금융회사로서의 역할을 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환자의 환부를 도려내는 수술이 끝났으면 일정한 회복기를 거친 뒤 체력을 길러 스스로 건강을 유지하게끔 해야 한다.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다고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혹시 잘못된 곳이 있나 살펴보고 위험한 곳이 있다면 치료해 더 악화되지 않게 하려는 것 아니겠나.

그런 점에서 저축은행이 체력을 길러 건강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검사나 규제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바탕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우선 서민금융회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두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1998년 폐지된 사치향락업종 등에 대한 여신금지업종 제도를 부활하든지 아니면 은행들이 스스로 여신자제업종을 선정토록 유도해야 한다. 서민금융회사들만의 수익창출기반을 마련해주고 저금리든 중금리대출이든 서민들을 위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게 본질일 것이다.

또 하나는 은행이나 상호금융회사보다 몇 배 높은 예금보험요율 문제다. 보험금이 당기순이익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옛 오너의 잘못을 왜 새 회사에게 물리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과연 높은 예보료는 누가 부담하는 것일까. 겉보기에는 저축은행이 부담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서민들이 부담하는 것이다. 서민들의 부담을 경감해주기 위해서라도 예보료는 합리적으로 조정돼야 할 것이다.

서민금융이란 측면에서 저축은행은 허리역할을 한다. 허리가 튼튼해야 몸이 건강한 법이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