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행복한 노후를 위한 자원 봉사 활동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입력일 2021-07-25 15:33 수정일 2021-07-25 15:35 발행일 2021-07-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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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은퇴 초기에는 “백수가 과로사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바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뜸해진다. 아침에 일어나 오늘은 무슨 일을 할지 생각해도 딱히 할 일이 없다. 갈 곳도 없다. 어느덧 쓸모없는 사람이 된 거 같아 우울하다. 그렇다, 사회에서 필요한 존재가 되지 못한 상실감이 은퇴 후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어떻게 하면 사회에서 필요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을까?

노후에도 자신의 존재감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선 자신이 사회에 필요한 존재라는 자각이 먼저 필요하다. 아울러 노후에는 타인이 내가 필요하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말고, 자신이 먼저 적극적으로 필요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자원봉사이다. 자원봉사는 강제가 아닌 자유의사로, 대가를 바라지 않고, 타인이나 공동체에 도움을 주는 일이다. 특히 노후의 외로움이나 역할 상실 같은 노인 문제를 예방하여, 행복한 노후를 위한 필수 여가활동으로 권장된다.

과거엔 주로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돕는 자선 위주의 활동이었지만, 지금은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시민운동으로 발전하였다. 선진국에선 은퇴하면 으레 자원봉사를 떠올리지만, 우리는 그간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서 그런지 많이 부족하다.

통상 자원봉사라고 하면 무료 급식소나 양로원 등에서 육체적인 노동을 제공하는 것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최근 학력이나 경제력에다 전문 지식과 경험까지 겸비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재능기부의 형태로 변하고 있다. 단순한 근로봉사가 아닌, 자신이 가진 경험과 재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NPO(비영리단체) 활동을 주목하자. NPO는 미국에서 정부나 민간 기업의 손길이 닿지 않는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차츰 봉사활동의 차원을 넘어 사회공헌 활동을 한다. 수익은 물론 고용까지 창출하는 단계로 발전하였다. 자원봉사는 무보수이지만, NPO 활동은 약간의 보수를 받아 향후 은퇴자들의 고용 창출 시장으로 관심을 끈다. 우리는 여건이 미성숙 되어 생소하지만, 미국이나 일본 사례를 본받아 활성화해야 할 과제다.

자원봉사자들에게만 알려진 비밀이 하나 있다. 봉사 활동은 처음엔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시작하지만, 결국엔 자신에게 더 도움이 되기 때문에 계속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봉사를 통해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며, 자기 계발의 계기가 된다. 활동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과 사회적 교류도 가능하고, 봉사의 경험이 새로운 직업과 창업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연구조사에 따르면 자원봉사를 하는 노인들은 고혈압이나 심혈관 질환에 걸릴 확률이 낮고, 인지 장애의 위험 역시 낮다고 한다. 우울증이 감소하고, 건강이 좋아져 사망위험을 4년가량 감소시키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미국에선 의사가 노인 환자들의 문진 시 봉사활동에 대해 질문할 것을 권유하며, 때론 처방전 대신 자원봉사를 권장한다고 한다.

이제 은퇴 후 자원봉사는 은퇴자들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정부와 사회는 은퇴자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봉사활동의 기회를 주어야 하며, 은퇴자들은 평생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에 보답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산업화의 역군으로 인적 자본이 우수한 베이비붐 세대가 그 경험과 지혜를 자원봉사를 통하여 우리 사회의 각종 공동체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사회적 경제나 비영리 단체 등의 새로운 일자리로 발전시켜 나갈 것을 기대한다.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